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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인문학]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상선약수, 물과같은 리더십

등록일 2020년02월04일 10시23분 트위터로 보내기

 <목마를 성안으로 끌어 들이는 트로이>

 

 

그리스 극작가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는 ‘트로이에 대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제우스가 인간들 중에 영웅들의 씨를 말리기 위해 유도한 트로이 전쟁은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에서 기인한다.

결혼식에는 모든 신들이 초대 받았지만 불화의 신 에리스만은 그렇지 못했다. 앙심을 품은 에리스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쓰인 사과를 결혼식장으로 던진다. 아테나, 아프로디테, 헤라는 서로 자신이 사과의 주인이라 우기고, 이 때 제우스는 민감한 문제에서 자신은 빠짐과 동시에 어리석은 인간에게 심판을 맡겨 사건이 계속해서 이어지도록 만든다.

 

그 심판의 주인공이 바로 트로이의 왕인 프리아모스의 둘째 아들 파리스다. 세 여신은 파리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자신을 선택해 주면 선물을 줄 것을 약속한다. 헤라는 권력과 부, 아테나는 명예,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맡게 해줄 것을 제안한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택하고 이 때 신부로 원한 여자가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였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도움을 받아 헬레네를 꾀어내어 트로이로 도망친다. 이 사건은 결국 그리스의 영웅 아가멤논,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아이아스가 25,000명의 군사를 이끌고 트로이 전쟁을 일으키게 만든다. 이에 맞서는 트로이에는 프리아모스 왕의 첫째 아들 헥토르가 있었다.

 

트로이전쟁은 그리스 영웅들이 대거 참여했음에도 9년 동안이나 승부가 나지 않는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파리스의 사과로 유명한 결혼식의 장본인인 펠레우스와 테티스 사이에 태어난 불세출의 영웅, 아킬레우스가 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데 있었다.

트로이 전쟁이 시작되자 아킬레우스는 트로이의 도시 리르네소스를 공격하여 왕인 미네스를 죽이고 아내인 브리세이스를 데려왔다. 그런데 메넬라오스왕의 동생이자 전쟁의 총사령관인 아가멤논에게 브리세이스를 뺏기고 만다.

이에 분노한 아킬레우스는 그때부터 일체의 참전을 거부한 것이다. 아킬레우스가 없는 전쟁의 영웅은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였다.

그리스군이 헥토르에게 연전연패하자 아가멤논은 아킬레우스에게 브리세이스를 돌려보내는 것은 물론 보상금도 줄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이 말에도 꿈쩍 않는다. 아가멤논에 이어서 그를 설득하고자 나선 사람은 절친한 친구인 파트로클로스였다.

차마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아킬레우스는 자신이 전쟁에 참전하는 대신 갑옷을 줄테니 이것을 입고 트로이 군대를 무찌르라고 말한다.

또한 성벽으로는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는 조언도 한다.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전장에 나타나자 트로이 군대는 혼비백산하여 성으로 도망가기 바빴다. 의기양양해진 파트로클로스는 친구의 말을 잊고 성벽까지 쫒아가고 만다. 그러나 트로이에는 명장 헥토르가 있었다.

 

파트로클로스는 헥토르의 손에 죽고 갑옷마저 뺏긴 채 시체만 싸늘하게 아킬레우스 앞으로 돌아온다.

친구의 죽음에 분노한 아킬레우스는 드디어 전쟁에 나선다. 타고난 능력에 복수심까지 더한 아킬레우스를 당할 자는 없었다.

헥토르를 죽여 친구의 원수를 갚은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시체를 전차에 매달아 열이틀 동안 끌고 다니며 승리를 자축하고 친구를 애도한다. 하지만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이때 그리스 신화 전체를 걸쳐서도 가장 꾀가 많은 오디세우스가 계략을 내놓는다. 후퇴하는 척하며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리고 시논이라는 자를 거짓 투항하게 하여 헛소문을 퍼뜨린다.

 

목마는 아테나 여신을 달래기 위해 만든 것이며 이렇게 거대하게 만든 것은 트로이가 그것을 끌고 가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이 말에 속은 트로이는 목마를 성안으로 끌어 들이고 그 속에서 나온 그리스군이 성문을 열어 주면서 트로이는 불바다가 되고 만다.

 

 


 
    <아킬레우스에게 애원하는 프리아모스>

 

 

 

프리아모스와 헥토르의 리더십

 

일리아스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태어나자마자 스튁스 강에 몸을 담구어 불세출의 영웅이 된 아킬레우스, 아킬레우스를 트로이 원정대에 참가시키고 목마를 만들어낸 오디세우스,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파리스와 메넬라오스. 사실 이들은 일리아스의 주인공이 아니다.

호메로스가 이 방대한 서사시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의 참된 용기와 리더십이었다.

이러한 용기와 리더십은 프리아모스 왕과 그의 아들 헥토르를 통해 나타난다.

 

헥토르는 트로이전쟁에 참여하는 영웅 중에 신의 도움을 받지 않은 가운데서도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아킬레우스는 어머니 테티스와 제우스의 도움을 받으며 전쟁을 치르고 헥토르의 동생인 파리스는 아프로디테 덕분에 목숨을 건진다.

그런 가운데서도 아킬레우스는 전리품으로 빼앗은 여인을 잃게 되자 전쟁에 나서지 않았으며 파리스는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임에도 숨기만 한다.

그러나 헥토르는 다르다. 동생으로 인해 발발한 전쟁이지만 자신 앞에 닥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한다.

아킬레우스가 다시 전쟁에 참가하였을 때 모두가 헥토르를 말리지만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며 결전을 벌인다.

헥토르는 신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그의 행동은 남의 것을 뺏기 위함이 아닌 자신이 이끄는 시민을 지키기 위해 내는 용기이며 위기의 상황에서 더 낮은 곳으로 그리고 더 험한 곳으로 자기를 안내하는 헌신의 리더십이다.

반면 그의 아버지 프리아모스는 내려놓을 때만이 나올 수 있는 숭고한 용기와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다.

 

그리스의 아킬레우스는 프리아모스의 아들인 헥토르를 죽이고 열이틀 동안이나 시신에 욕을 보이고도 장례마저 지낼 수 없게 한다.

시신을 돌려주지 않은 것이다. 이에 프리아모스는 아킬레우스에게 줄 엄청난 보석을 수레에 싣고 그를 찾아가 무릎을 꿇는다.

“아킬레우스여, 그대의 아버지를 생각하시오. 나와 동년배이며 슬픈 노령의 문턱에 서 있는 그대의 아버지를. 그래도 그분은 그대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날마다 사랑하는 아들이 트로이에서 돌아오는 날을 고대하고 있을 것이오. 아킬레우스여 신을 두려워하고 그대의 아버지를 생각하여 나를 동정하시오. 나는 세상의 어떤 사람도 차마 못한 짓을 하고 있지 않소? 내 자식을 죽인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있으니 말이오.”

 

프리아모스는 굵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아킬레우스도 마침내 눈물을 흘린다.

자신의 아버지 펠레우스와 그를 대신해 죽은 친구 파트로클로스를 생각하며 흘린 눈물이다.

마침내 아킬레우스는 왕이 아닌 아버지의 눈물에 마음을 열고 헥토르를 내놓는다. 그리고 장례기간동안 전쟁을 멈출 것을 약속한다.

어떤 역사에서도 아들의 시신을 찾기 위해 적장을 찾아가 무릎을 꿇은 왕을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서 프리아모스의 용기는 무엇일까?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명예와 체면 따위는 내려놓는 사랑의 용기다.

또한 트로이 시민을 위해, 그들의 영웅인 헥토르의 시신이라도 찾아오기 위하여 왕의 권위를 내려놓을 줄 아는 버림의 리더십이었다.

이후 트로이는 헥토르가 전사했음에도, 오디세우스의 계략에 속아 목마를 성안으로 끌어들이기 전까지 항전을 지속할 수 있었다.

프리아모스 왕이 무릎을 꿇고 헥토르의 시신을 찾아오지 않았다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 가장 훌륭한 것은 물과 같다는 말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자신의 체면과 공을 내세우지 않고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낮은 곳으로 향한다.

온몸으로 더러운 때를 씻어 내기만 할 뿐이다. 참된 리더는 물과 같다. 대의를 위해, 조직과 구성원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을 줄 알며 공을 세우고도 내 것이라 앞세우지 않는다.

프리아모스왕은 한 사람의 아버지로 모든 시민의 왕으로 기꺼이 무릎을 꿇으며 헥토르의 시신을 찾아 왔으며 헥토르는 죽음을 예감한 상황에서도 피하지 않고 더 험한 곳으로 자신을 내몰았다.

이 두 사람이 보여준 행동이 바로 물과 같은 리더십이다.

 

 

글 : 손정, 와이즈먼코리아 겸임교수, [당신도 불통이다] [업무력] 저자
유튜브 : 책 읽어 주는 강사,
sjrain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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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mkkim@koreabizreview.com)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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