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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인문학] 순자

역량은 어떻게 키우는가

등록일 2019년11월29일 09시08분 트위터로 보내기


 

 

매년 가을이면 나의 가족과 작은 아버지 그리고 사촌들은 조상님들의 납골묘가 있는 경주 선산에 모여 성묘를 지낸다. 할아버지께서 살아 계실 때는 성묘를 한 후에 큰집에 들러 인사도 드리고 한참을 놀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왔지만 할아버지는 물론 큰아버지께서도 돌아가신 후로는 큰집에 들르지 않고 선산에서 인사만 나누고 헤어진지도 벌써 수년 째다. 큰어머니가 살아 계시긴 하지만 성묘하면서 산에서 얼굴을 뵙기에 돌아갈 길도 멀고 하여 굳이 큰집에 들렀다가 오는 수고를 더이상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큰어머니께서 꼭 큰집에 들렀다 가라고 하셨다. 대봉감이 너무 많이 열려서 다 같이 따서 나눠 가라는 것이다. 족히 열 상자는 나올 것 같으니 한집 당 한 상자는 가져가야 된다고 할당량까지 정해 주셨다.

 

‘큰 집에 감나무가 있었던가?’ 나는 속으로 생각하며 큰어머니께 여쭈었다.

 

“큰어머니, 큰 집에 감나무가 있어요?

 

큰어머니는 3년 전에 묘목을 몇 그루 심었다 하셨다.

 

3년 전이라면 그때도 이미 큰어머니 연세가 86세 일 때가 아닌가? 올해가 89세이시니.’ 나는 놀라운 마음에 다시 여쭈었다.

 

“큰어머니, 3년 전에 감나무를 새로 심을 때 감을 수확해서 드실 꺼라 생각하시고 한 거 에요?” 이 버릇없는 질문에 큰어머니는 내가 더 부끄러워지는 대답을 하셨다.

“심어 놓으니까 이렇게 따 먹잖아. 안 심으면 아예 없는 거지. 내가 못 먹으면 누구라도 먹는 거고”

 

 

나무를 심어야 열매가 열린다

 
 

積土成山(적토성산) 흙을 쌓아 산을 만들면

風雨興焉(풍우흥언) 바람과 비는 거기서 저절로 일어난다.

積水成淵(적수성연) 물을 채워 연못을 만들면

蛟龍生焉(교룡생언) 교룡(상상속의 용)은 거기서 저절로 생겨난다.

 

순자 – 권학 편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성과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바로 역량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역량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언제가 될지 모를 수확이지만 감나무를 심어야 나무가 자라서 감이 열리듯, 언제 일어날 비와 바람일지 모르지만 한 줌의 흙부터 출발하여 산이 될 때까지 쌓고 또 쌓아야만 하는 이치와 같다.

 

나무를 심지 않고 감을 기다려서도 안 되며 언제 열릴지 모른다고 심지 않는 것도 안 된다. 흙을 쌓아 산을 만들지 않고 비와 바람을 바래서도 안 되며 언제 산이 되느냐며 푸념해서도 안 되는 것이 학습의 길이며 역량을 키우는 일인 것이다.

 

 
 

‘모두가 보람을 느낄 수 없는 회사라면 부셔버려’라는 사훈을 가진 인간경영의 대표적인 회사인 일본의 메이난 제작소는 협력업체 직원들과도 송년회를 함께 할 정도로 사람을 중시 여기는 회사이다. 그런데 이 회사는 사람만 중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목공용 기계 분야에서 단연 일본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들의 품질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 비결은 전 직원이 업무를 쉬고 매주 월요일 오전 4시간씩 참여하는 물리학습회에 있다. 대부분의 직원이 중졸에 회사를 다니면서 야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상황에서 사장이 물리학습회를 실시하고자 했을 때 직원들의 반발은 컸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메이난 제작소직원들의 물리학 수준은 웬만한 대학교 물리학과 학생의 그것을 뛰어 넘는다고 한다. 물리학습회의 결과로 목공용 기계에서 발생하는 마찰열, 벨트의 장력, 절삭가열에 대한 품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현재 이 학습회는 협력회사 직원은 물론 인근 대학교 학생들까지 참여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메이난 제작소의 사장이 중학교 졸업과, 고등학교 졸업이 대부분인 직원들을 데리고 물리학습회를 시작했을 때 당장 눈앞의 성과를 보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회사의 역량과 직결되는 물리 공부를 그들의 학력 수준이 낮음에도 시작조차 하지 않거나 중간에 포기하지도 않았다.

 

시작이 있었기에 결과가 있었고 꾸준히 했기 때문에 조직의 역량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흙을 쌓지 않으면 비와 바람이 일어나지 않으며 물을 채우지 않고 용이 생겨나길 바래서도 안 된다.

즉, 성과는 역량을 높이기 위한 시작의 액션과 꾸준함이 있어야 한다.

순자가 주는 교훈을 통해 시작과 꾸준함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글 / 손정 와이즈먼코리아 겸임교수, [당신도 불통이다] [업무력] 저자

유튜브 : 책 읽어 주는 강사, sjraintree@naver.com

 

김민경 기자 (mkkim@koreabizreview.com)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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