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진짜 아마존과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벌인 전쟁에서 진짜 아마존이 지고, 기업 아마존이 승리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amazon'이란 인터넷 도메인을 두고 남미 8개국 연합과 벌인 분쟁이다.
기업 아마존과 아마존 열대우림을 끼고 있는 남미 8국이 'amazon'을 서로 최상위 인터넷 도메인(TLD· top-level domain)으로 쓰려고 벌인 7년간의 분쟁에서 아마존이 승리했다.
최상위 도메인은 나라를 뜻하는 'kr' 'jp'나 기업을 뜻하는 'com'처럼, 인터넷주소(도메인) 체계에서 맨 끝에 오는 이름이다. 전 세계 최상위 인터넷 도메인을 관리하는 기구인 미국의 아이칸(ICANN)은 지난 15일 아마존의 손을 들어주고 30일의 여론 수렴을 거쳐 확정 짓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이 다툼은 아이칸이 2012년 기업과 기관 이름도 최상위 도메인으로 허용하면서 시작했다. 아마존도 '.amazon' 사용을 신청했다.
그러자 아마존 지역을 둘러싼 브라질·페루·볼리비아 등 8개국으로 구성된 '아마존공동협력조약기구(ACTO)'가 "기업이 최상위 도메인으로 아마존을 쓰는 것은 주권 침해"라고 반발했다.
이후 ACTO는 'books.amazon' 'kindle.amazon'처럼 아마존의 서적 판매·전자책과 관련이 있는 이름은 아마존이 쓰고, 아마존 지역 관광을 떠올리는 'tourism. amazon' 같은 이름은 ACTO가 쓰는 식으로 '.amazon'을 공동 관리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아마존은 최상위 도메인의 공동 관리는 불가능하다며, 대신 'br.amazon(브라질)' 'pe.amazon(페루)'처럼 amazon 앞에 각각 8국을 뜻하는 2차 도메인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ACTO 회원국들은 "우리가 '.amazon'앞에 오는 2차 도메인에 나라 이름 몇 개 얻자고 이러는 줄 아느냐"고 반발했지만, 아이칸은 "아마존의 타협안이 수용 가능하다"고 최종 판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