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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인문학] ‘리더는 물처럼 행한다’ - 노자리더십 3

등록일 2021년04월15일 08시48분 트위터로 보내기


 

 

유무상생(有無相生)이 노자 철학을 가장 잘 반영하는 말이라면 물은 노자 철학을 온 몸으로 실천하는 물질이다.

 

 

도덕경에서 말하는 물의 성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겨루지 않음, 다투지 않음이고 또 하나는 헌신, 겸손, 자기 낮춤이다.

 

겨루지 않음이란 만물을 태어나게 하고 생존하게 하면서도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는 성격을 뜻한다. 자신이 속한 조직, 자신과 함께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할 뿐 결과를 놓고 내 것을 앞세우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물과 같은 리더라 할 수 있다.

 

헌신이란 남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흐르고 더러운 때를 받아 온몸으로 씻어 내는 것을 뜻한다. 자식의 허물을 자기 책임으로 돌리는 부모는 물과 같은 존재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에 먼저 나서는 사람, 전쟁이 났을 때 앞에서 군사를 이끄는 장군은 물과 같은 리더다.

 

 


체 게바라

 

에르네스토 라파엘 게바라 데 라 세르나 라는 긴 이름을 가진 한 남자는 혁명에 뛰어들기 전 스페인어에서 ‘이봐’ 라는 뜻을 가진 ‘체’를 가져와 체 게바라 라고 개명한다. 1928년 아르헨티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게바라는 스물다섯 살에 의학박사가 된 후 과테말라로 떠난다.

진보정권이 들어서 자유로운 분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민주적인 선거로 들어선 진보정권이 미국의 지원을 받은 아르마스의 쿠테타에 의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이 사건은 그에게 무장 혁명의 피를 갖게 만들었다. 아르마스 독재정권의 핍박을 피해 그가 망명한 곳은 멕시코였다.

그곳에서, 역시 정치 망명 중이던 피델 카스트로를 만나게 된다.

카스트로와 뜻을 같이 하기로 한 게바라는 군의관 자격으로 쿠바해방운동에 참여한다. 쿠바 게릴라 투쟁에서 헌신적인 리더십과 인간미를 보여준 게바라는 어느새 2인자로 올라서게 되고 1958년 산타클라라 전쟁에서 승리한 후 쿠바혁명에 성공하기에 이른다.

 

카스트로는 총리가 되었고 게바라 역시 내각에 참여한다. 혁명 후 7년간 국립은행 총재, 산업부 장관을 맡으며 서방으로부터 쿠바의 두뇌라 불리던 게바라는 1965년 ‘쿠바에서 할 일은 다 끝났다’는 편지를 남기고 아프리카 콩고로 홀연히 떠난다. 혁명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볼리비아 혁명을 돕기 위해 다시 남미로 돌아온 그는 앞이 보이지 않는 게릴라 투쟁 속으로 다시 뛰어 든다. 힘겹게 투쟁을 이어가던 게바라는 마침내 정부군에 체포된 1967년 39세의 나이로 미국의 동의하에 총살로 생을 마감한다.

 

프랑의 지성 장 폴 사르트가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 극찬하고 프랑스 68운동 당시에도 영웅으로 추앙 받았으며 사후 5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에도 게바라가 존경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바로 다투지 않고 낮은 곳을 향한 물과 같은 리더였기 때문이다.

그는 혁명에 참여할 때부터 이름에 ‘범부’라는 뜻을 가진 ‘체’를 넣음으로 스스로를 낮췄다. 카스트로와 함께한 혁명의 과정에서는 군의관으로 참가했지만 헌신적인 태도로 2인자의 자리까지 올랐다. 쿠바혁명에 성공한 후에도 미국과의 대치, 소련과의 외교전에 앞장섰고 소련이 더 이상 사회주의 국가를 적극 지원하지 않자 자신의 자리는 더 낮은 곳, 민중들이 있는 곳이라 여긴다. 그리고 돌아간 곳은 콩고와 볼리비아의 혁명 현장이었다.

 

혁명에 성공한 지도자들이 존경을 이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혁명의 초심을 이어가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애초부터 자신은 혁명되지 못한 채 체재만 혁명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게바라는 달랐다.

이미 자신이 혁명되어 있었으며 혁명 후 과실의 달콤함을 누리기보다 끊임없이 더 낮은 곳을 찾아 다녔다. 게바라는 물과 같았다.

 

 


 

 


최진립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이가 있으면 우리 집안의 책임이다‘는 원칙을 이어온 최부자집은 1대 최진립 장군에서 시작한다. 1568년 경주에서 태어난 최진립은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25세 나이에 의병으로 참전한다. 이어서 일어난 정유재란에는 다시 결사대를 조직하여 전쟁에 임하여 크게 공을 세운다. 이 일로 병조참판의 벼슬을 지낸다.

여기까지 만으로도 그 충심이 크다할만하지만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69세의 노구를 이끌고 참전하여 용인에서 청나라 군대를 맞는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병자호란까지 3란에 모두 참전하는 초유의 역사를 쓰게 되는 순간이다.

 

전투를 앞둔 최진립은 죽음을 직감한 듯 고향에서부터 따라온 두 노비, 옥동과 기별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명했으나 ’주인이 충신으로 나라에 몸을 바치려는데 어찌 충노가 되지 못하리오‘라며 명을 어기고 함께 전쟁을 맞는다. 나라에 대한 충성과 주인에 대한 충성이 목숨까지 지켜 주지는 못하여 세 사람은 용인 험천 전투에서 함께 전사한다. 이후 최부자 가문에서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두 노비의 제사까지 함께 모시고 있다. 

 

리더십이란 사람을 스스로 움직이도록 동기부여 하는 행위다.

타인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가 먼저 움직이는 것이다. 흔한 비교로 실을 앞에서 당기면 끌려오지만 뒤에서 밀면 앞으로 나아가지 않듯 리더란 앞에서 이끄는 사람이요 보스는 뒤에서 내모는 사람이다.

 

최진립은 두 번의 왜란에 참전하고도 69세 나이에 호란이 일어나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참전한다.

그 시절에 경주에서 용인은 또 어디란 말인가. 파죽지세의 청군 앞에서 자신을 보좌하던 노비는 돌려 보내고 홀연히 죽음 앞에 서지만, 리더 아래서 리더가 나는 법. 리더의 헌신 앞에 두 노비는 신념과 죽음을 맞바꾼다.

왜란이 일어나자 의주로 도망치기 바빴던 선조, 호란이 일어나자 남한산성으로 숨어 들어간 인조. 이 암울한 군주들 사이에 물과 같은 최진립이 있어 마음을 달래본다.

 

 


 


포숙

 

친구 사이의 깊은 우정을 뜻하는 사자성어 관포지교의 주인공 관중과 포숙은 서로 다른 주군을 섬기고 있었다.

관중은 공자 규를, 포숙은 훗날 제나라의 왕이 되는 소백을 주군으로 삼았다. 당시 제나라는 규와 소백의 형인 제아가 왕으로 있었으나 폭정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왕의 자리는 무주공산, 누가 먼저 제나라의 수도인 임치에 입성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소백이 한 발 앞서게 되자 규의 신하였던 관중이 화살을 날린다. 화살에 소백은 쓰러지고 소백이 죽은 줄 안 규와 관중은 여유 있게 수도 임치에 도착한다. 그러나 허리띠의 쇠에 화살을 맞고 죽은 체하여 상대를 방심시킨 소백이 먼저 와 제나라의 왕위에 앉아 있었다. 이 후 제환공이라 불리는 소백은 관중을 소환하여 죽이려 한다.

 

이때 관중의 죽마고우 포숙이 말한다.

“제나라만 다스리려면 저나 습붕 정도로 충분하지만 천하를 얻으려면 관중이 있어야 합니다. 과거는 잊으시고 관중을 재상으로 발탁 하십시오”

이 말에 환공은 자신을 죽이려한 관중을 받아들이고, 관중은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제염, 어업, 무역에 획기적인 정책을 실시하여 제나라를 춘추전국 제1대 패자로 만든다. 

 

 

이 이야기에서 물과 같은 리더는 누구일까?

 

경제를 일으킨 관중도, 관중을 받아들인 환공도 아닌 포숙이다. 포숙의 도움으로 왕위에 오른 환공은 관중을 옥에 가두고 포숙을 재상에 임명한다. 그러나 포숙은 한 나라의 재상 자리는 관중에게 더 어울림을 알고 사양한다. 관중이 더 적합한 이유를 다섯 가지 들며 적극 천거하고 자신은 헐벗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한다. 훗날 관중도 “나를 낳아 준 것은 부모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이다” 라고 말한다.

 

물은 모든 것을 이루고 살게 하지만 그 공을 내세우지 않듯 포숙도 대업을 이루었지만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낮은 곳으로 임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포숙이야 말로 물과 같은 리더다.


 

 


글 : 손정, 와이즈먼코리아 겸임교수, [글쓰기와 책쓰기] [당신도 불통이다] [업무력] 저자
     유튜브 : 책 읽어 주는 강사, sjrain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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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mkkim@koreabizreview.com)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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