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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인문학] 동양사 #2, 간다라양식에 숨은 뜻

등록일 2020년04월01일 15시48분 트위터로 보내기


 

 

세계 3대 해전 중에 하나인 살라미스 해전은 그리스 연합군이 페르시아를 격파하고 지중해 패권을 장악한 전투다.

승자의 저주 때문인지, 그리스 세계는 폴리스간의 전쟁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거쳐 급격이 쇠락한 끝에 북쪽에서 밀고 내려온 알렉산드로스에게 점령당하고 만다.

 

세계 정복을 꿈꾼 알렉산드로스는 자신이 믿는 세계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인도다.

기원전 327년 알렉산드로스 군대는 인도 펀자브 지방을 점령하고 4년 뒤 철군한다.

그들이 머문 시간은 4년에 불과했지만 펀자브 지방에는 그리스인의 문화라는 뜻의 헬레니즘 문화가 생겨났다. 세부 지명이 간다라이므로 간다라 양식이라고도 한다.

 

 

 

간다라양식을 대표하는 문화는 불상에 잘 나타난다. 원래 인도에서는 부처의 모습을 불상으로 만들지 않고 빈 의자나 발자국으로 대신했다.

조각상을 불경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달랐다. 인간이 믿는 신을 마음껏 이야기 속에 담고, 그리고, 조각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그리스 문화에 영향을 받아 간다라 지방에서도 부처의 조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만드는 부처의 조각상이니 모델이 필요하다.

바로 그리스 신 조각상이 모델이다. 그리스인이 만든 신의 조각이므로 제우스도 아폴론도 얼굴은 그리스인을 닮을 수밖에 없다.

부처의 얼굴이 그리스인을 닮은 이유다. 여기에 그리스 특유의 섬세함도 반영된다. 물결치는 옷의 주름까지 세밀하게 표현한다. 이러한 간다라양식은 중국을 넘어 경주 석굴암까지 전해진다.

그렇다면 불상을 보고 기도를 하는 것은 인도인이었던 석가모니를 보는 것이 아니며, 조각상을 만든 것 자체도 불교 원래의 뜻과 어긋난다.

지금 불교문화의 일부는 알렉산드로스의 정복 전쟁으로 왜곡된 셈이다. 그런데 부처의 조각을 보고 기도를 하는 사람 중에 자신이 기도하는 대상은 인도인이 아닌 그리스인이며, 부처가 자신의 조각상을 만드는 것을 불경하게 여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믿고 있는 것의 뿌리가 어디인지 본질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프로이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러시아 대사로 근무할 때 일이다.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로 2세를 방문하러 궁에 갔을 때 특이한 장면을 보게 된다. 궁의 한쪽 구석에 군인 두 명이 총을 들고 경비를 서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경비를 설만한 장소도 아니었고 특별한 사람이나 물건도 없었다. 호기심이 많은 비스마르크는 무슨 일이 있는지 황제에게 물었다. 황제는 자기도 모른다고 말했다. 황제가 신하들에게 묻자 아는 이가 없었고 그저 오래된 관습이라고 말했다. 자세히 조사하라는 황제의 명령에 3일 뒤 사정이 밝혀졌다. 때는 80년 전으로 올라간다.

 

당시 황제였던 예카테리나2세가 오랜 겨울 끝에 핀 갈란투스 꽃을 보고 너무나 반가워 경비병에서 누가 꽃을 꺾어가지 못하게 지키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명령은 꽃이 지고 80년이 지나도록 수행된다. 그것을 왜 하는지도 모른채.

 

 

기업 내부에도 찾아보면 그 일을 왜 하는지 모른 채 하고 있는 것이 있다.

창업초기부터 했으니까. 그게 우리 회사 문화니까. 조직문화는 기업 고유의 행동양식을 뜻하는 것이지만 정체성만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문화가 갖는 특징이 조직의 성과와 직원 만족으로 이어져야만 한다. 그렇지 않은 것은 결국 생산성을 방해하는, 있지도 않은 꽃 앞에서 경비를 서는 일과 같다. 늘 질문해야한다. 이 행위의 결과는 조직 목표에 어떤 방식으로 공헌하는가? 이 질문만이 생산성을 보장한다.

 

 

글 : 손정, 와이즈먼코리아 겸임교수, [당신도 불통이다] [업무력] [글쓰기와 책쓰기] 저자

유튜브 : 책 읽어 주는 강사, sjrain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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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mkkim@koreabizreview.com)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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