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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미국 철강 관세 50% 폭탄, 한국 가전업계 '생존 전략' 총력전ㅣ코리아비즈니스리뷰

등록일 2025년06월13일 16시23분 트위터로 보내기

냉장고·세탁기까지 관세 적용, 삼성·LG전자 현지화 카드로 돌파구 모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습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2배 인상하면서, 한국 가전업계가 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 주요 가전제품이 철강 파생 제품으로 분류되어 관세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가전업체들이 미국 현지 생산 확대와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다.
2025년 6월 3일 미국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상은 6월 4일부터 시행되며, 관세 적용 범위도 기존 원자재에서 완제품까지 대폭 확대됐다. 이번 조치로 그동안 한국이 협상을 통해 확보한 연간 263만 톤의 철강 면세 쿼터도 전면 폐기됐다.

 

가전제품까지 철강 관세 적용, 업계 긴급 대응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관세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적용 범위의 전면 확대다. 기존에는 주로 철강 원자재에 집중됐던 관세가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오븐 등 철강이 사용되는 모든 제품으로 확산됐다.
미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253개 철강 파생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인 압출재나 슬래브 등 가전제품 핵심 소재도 관세 대상에 포함되어, 한국 가전업체들의 제조원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제품은 철강 비중이 평균 30-40%에 달해 관세 부과 시 제조원가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냉장고와 세탁기의 경우 철강 사용량이 많아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삼성·LG전자, 미국 현지 생산 확대로 대응
한국 가전업계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관세 리스크에 대비한 대응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양사 모두 미국 내 생산 기지를 보유하고 있어 현지화를 통한 관세 회피가 핵심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에, LG전자는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각각 가전 공장을 운영 중이다. LG전자는 특히 세탁기와 건조기 물량을 미국 테네시 공장으로 점진적으로 이전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황태환 삼성전자 DA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은 "다양한 관세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책을 이미 마련했다"며 "변화하는 관세 정책에 적기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LG전자 또한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물량 기준 대미 가전 매출의 10% 후반까지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는 "미국 생산 기지 건립은 마지막 수단"이라면서도 "순차적 시나리오에 따라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화 vs 가격 인상, 업계 딜레마 심화
관세 부과로 인한 제조원가 상승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가전업체들의 최대 고민이다. 현지 생산 확대와 가격 인상이라는 두 가지 카드 중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업계는 신중한 접근을 보이고 있다.
미국 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산 점유율은 상당히 높다. 2023년 기준 TV 55.2%, 냉장고 40%, 세탁기 40% 등 주요 제품군에서 1-2위를 휩쓸고 있다. 하지만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은 제너럴일렉트릭(GE), 월풀 등 현지 브랜드에 시장 점유율을 내줄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한국 가전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현지 생산 비중을 크게 늘려야 하지만, 미국의 높은 인건비를 고려하면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며 "결국 프리미엄 제품 확대와 브랜드 가치 제고가 핵심 과제"라고 분석했다.

 

철강업계도 직격탄, 연간 6조원 수출길 막혀
가전업계뿐만 아니라 국내 철강업계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은 한국 철강 수출의 약 13.1%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으로, 연간 수출액이 6조원을 넘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25만2천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했었다. 하지만 50% 고율 관세 부과로 이런 증가세는 급반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업체들은 수출 시장 다변화와 현지법인 활용을 통한 리스크 분산에 나서고 있다. 현대제철은 루이지애나주에 8조5천억원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동국씨엠은 멕시코·폴란드 공장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업계 협력 대응 체계 구축
산업통상자원부는 관세 인상 발표 직후 포스코, 현대제철, 세아제강 등 주요 철강업체 관계자들과 긴급 회의를 개최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미국 공관과 현지 기업 네트워크를 통한 협상과 함께, 기업들의 현지화 투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실질적 지원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현지 동향 파악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은 미흡하다"며 "금융 지원이나 세제 혜택 등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근본적 재편을 촉진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제 '관세 회피'가 아닌 '공급망 다변화'라는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보편적 성격을 띠면서, 특정 국가나 품목을 겨냥한 1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고 ASEAN, 유럽 등 신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관세 조치가 일시적 충격에 그치지 않고, 향후 4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 대응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반도체까지 관세 적용이 확대될 경우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결론: 위기를 기회로, 혁신과 다변화가 해답
미국의 철강 관세 50% 인상은 한국 가전업계와 철강업계에 단기적으로는 큰 충격을 주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관세 압박을 통해 기업들이 현지화 투자를 확대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며,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집중하게 됨으로써 오히려 경쟁력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소비자 평가에서 여전히 1-2위를 유지하며 브랜드 파워를 입증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와 혁신이 필요하다. 관세라는 외부 압력을 혁신의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경영연구 및 사례분석 연구 : KBR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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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리 기자 (wr.lee@koreabusinessreview.com)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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