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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서민들의 '대출 사막' 현실... 중저신용자·회생자 자금융통 시장 확보 시급

등록일 2025년06월13일 11시23분 트위터로 보내기

정책서민금융 11조원 역대 최대 확대에도 여전한 금융 사각지대,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 시급

 


[한 금융기관에서 서민금융대출에 대해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2025년 6월 현재, 정부가 정책서민금융을 역대 최대인 11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최대 230만 명을 지원한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수 서민들이 '대출 사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서민금융진흥원이 햇살론뱅크, 햇살론15,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등 다양한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확대 공급하고 있지만, 중저신용자, 개인회생 이용자, 새출발기금 수혜자들은 여전히 제도권 금융의 높은 문턱에 가로막혀 추가 자금조달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들만을 위한 전용 자금융통 시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11조원 역대 최대 규모에도 잔존하는 구조적 한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정책서민금융 공급 계획에 따르면, 올해 11조원 규모의 서민금융을 공급해 최대 230만 명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는 전년 10조원 대비 10%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주요 정책서민금융 상품별 공급 계획을 살펴보면, 햇살론뱅크는 기존 서민금융상품을 6개월 이상 이용한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2,500만원을 지원하며, 햇살론15는 대부업 등 고금리 대출의 대안상품으로 연 15.9%의 금리로 시작해 성실상환 시 매년 1.5%포인트에서 3.0%포인트까지 금리를 인하해준다. 새희망홀씨는 연소득 4,500만원 이하이면서 개인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인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1금융권에서 공급된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올해 6월 30일 출범시킨 '서민금융 잇다' 플랫폼을 통해서는 민간과 정책서민금융상품 총 72개를 비교하고 한 번에 신청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대폭 개선했다. 또한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며 서민금융의 새로운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수 서민들이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책서민금융 상품들 역시 연소득 3,500만원에서 4,500만원 이하, 신용등급 6등급에서 10등급 등 일정 수준의 소득 증빙과 신용등급 요건을 요구하기 때문에, 정작 가장 도움이 필요한 최취약계층은 여전히 배제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중저신용자, 까다로운 심사조건에 가로막힌 현실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에 해당하는 중저신용자들의 제도권 금융 접근성은 여전히 매우 제한적이다.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주요 정책서민금융 상품의 조건을 보면, 햇살론15는 연소득 4,500만원 이하이면서 개인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연 15.9% 금리로 시작하되 성실상환 시 매년 1.5%포인트에서 3.0%포인트까지 금리를 인하해주는 상품이다.
바꿔드림론은 법정최고금리 인하일 이전에 연 20% 초과 고금리 대출을 1년 이상 이용하면서 정상상환 중인 연소득 4,500만원 이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연 17%에서 19% 금리로 기존 대출을 전환해주는 상품이다. 새희망홀씨는 연소득 4,500만원 이하이면서 개인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인 중저신용자가 1금융권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하지만 대출 한도가 햇살론15 최대 700만원(특례보증 1,400만원), 바꿔드림론 최대 2,000만원, 새희망홀씨 최대 3,000만원으로 제한되어 있어 실질적인 자금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마저도 까다로운 심사 조건으로 인해 실제 승인률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미소금융의 경우 "보유재산 대비 채무가 50%를 초과하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조건이 있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은 이용할 수 없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서민금융 현장에서 상담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중저신용자들이 정책서민금융에서도 탈락하면 결국 대부업이나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만을 위한 별도의 자금융통 채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개인회생자, 성실 변제에도 막힌 재기의 길
개인회생이나 신용회복 절차를 진행 중인 사람들의 대출 접근성은 더욱 열악하다. 개인회생 중인 경우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모든 소득이 변제금 상환에 사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추가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대출을 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이들을 위한 유일한 대출 창구는 신용회복위원회가 운영하는 '채무조정 성실상환자 대출'이다. 개인회생 변제계획을 12개월 이상 성실하게 이행한 경우 최대 700만원,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을 6개월 이상 성실 이행한 경우 최대 1,000만원까지 긴급생계자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 한도로는 개인회생자들이 변제 기간 중 발생하는 의료비, 자녀 교육비, 긴급 생계비 등을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2025년 들어 개인회생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의 재기 지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에서 개인회생자 대상 대출상품을 운영하고 있지만, 동양저축은행의 경우 연 19.9% 고정금리에 소득증빙이 가능한 직장가입자로 제한하고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개인회생 변제를 성실히 이행하는 사람들에게도 재기를 위한 최소한의 자금조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새출발기금 수혜자, 사업 재개 위한 신규 자금 조달 '막막'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새출발기금은 총 30조원 규모로 최대 40만 명을 지원하는 대규모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2020년 4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사업을 영위한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 소상공인이 대상이며, 부실차주의 경우 원금의 최대 90%까지 조정받을 수 있다.
부실우려차주는 금리 감면과 상환기간 연장(최장 20년) 혜택을 받고, 부실차주는 보유재산을 반영한 원금 조정(0%에서 80%)과 기초수급자 등 취약계층의 경우 순부채의 최대 90%까지 조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새출발기금을 통해 기존 채무를 조정받은 소상공인들이 사업 재개나 확장을 위해 추가 자금이 필요할 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거의 없다는 문제가 심각하다. 새출발기금 이용 사실이 신용정보에 등록되면서 일반 금융기관에서의 대출이 사실상 차단되기 때문이다.
특히 부실우려차주의 경우 공공정보에 등록되지 않지만, 부실차주는 채무종류에 관계없이 공공정보 등록 등의 불이익이 있어 추가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진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한 관계자는 "새출발기금으로 채무를 조정받은 사업자들이 정상적인 사업 활동을 위해 운영자금이나 설비자금이 필요하지만,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제한적"이라며 "이들의 경제적 재기를 위한 별도의 지원체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전문가·정책당국, "맞춤형 자금융통 생태계 구축" 한목소리
금융 전문가와 정책당국은 중저신용자, 개인회생자, 새출발기금 이용자들을 위한 별도의 자금융통 시장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의 정책서민금융만으로는 이들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자금 수요를 충족하기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신용등급이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최소한의 생계자금과 재기자금을 보장하는 '금융안전망' 개념의 제도가 필요하다"며 "정부 보증을 통한 특별 자금융통 시장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개선 방안으로는 개인회생자 전용 긴급생계비 대출 한도를 현재 7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확대하고, 새출발기금 이용자 대상 사업재개자금을 신규 공급하며, 중저신용자를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을 현재 최대 1,4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확대하고, 공공기관 연계 자금융통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것 등이 제시되고 있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서민금융 사각지대 해소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서민금융 잇다' 플랫폼 출범과 함께 "금융·고용·복지 복합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민금융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서민금융의 포용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계층의 자금 수요를 세심하게 파악하고 있다"며 "취약계층별 맞춤형 지원방안을 단계적으로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결론: 진정한 '포용적 금융'으로 서민 금융 사각지대 해소해야
정부가 정책서민금융을 역대 최대인 11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한 원스톱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서민 금융 지원에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취약계층이 금융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중저신용자는 정책서민금융의 까다로운 심사 조건에, 개인회생자는 변제금 우선 상환 의무에, 새출발기금 이용자는 신용정보 등록으로 인한 추가 대출 제약에 각각 발목이 잡혀 있다. 이들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은 기존 제도권 금융의 엄격한 잣대를 벗어난 별도의 자금융통 창구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소득·신용 기준 선별적 지원'에서 '최소 생계보장형 보편적 지원'으로 서민금융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개인회생자 긴급생계비 대출 한도 대폭 확대, 새출발기금 이용자 전용 사업재개자금 신설, 중저신용자 무담보 소액대출 한도 상향 등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이들 취약계층을 위한 전용 자금융통 시장 구축은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의 경제적 활력을 높이는 '투자'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취약계층의 경제적 재기는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사회 안전망 강화와 내수 활성화로 이어져 국가 경제에도 긍정적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금융권은 현재 정책서민금융이 갖는 구조적 한계를 겸허히 인정하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진정한 포용적 금융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서민 금융의 완성은 마지막 한 사람까지 품는 따뜻한 금융에서 시작된다.

 

 


경영연구 및 사례분석 연구 : KBR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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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mk.kim@koreabusinessreview.com)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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