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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나이키 경영 위기: 러닝화 신흥 강자들의 약진에 흔들리는 글로벌 1위의 위상

등록일 2025년06월10일 10시16분 트위터로 보내기

호카·온러닝 등 전문 브랜드 급성장으로 시장 판도 변화, CEO 교체로 반전 모색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러닝 열풍 속에서 나이키 운동화를 착용하고 달리기를 즐기는 모습. 러닝화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브랜드 선택의 폭이 다양해지고 있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2025년 6월 10일 현재, 세계 최대 스포츠웨어 브랜드 나이키가 전례 없는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러닝화 전문 브랜드인 호카(Hoka)와 온러닝(On Running) 등 신흥 강자들의 급성장으로 수십 년간 지켜온 시장 독점 체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나이키는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존 도나호(John Donahoe) CEO를 전격 교체하고 32년 베테랑 엘리엇 힐(Elliott Hill)을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하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실적 급락과 주가 폭락: 20년 만의 최악 위기
나이키의 실적 부진은 수치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2025 회계연도 3분기(2024년 12월~2025년 2월) 매출은 11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으며, 특히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15%의 가파른 매출 하락을 기록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총마진이 41.5%로 330 베이시스 포인트(3.3%p) 하락하며 수익성까지 악화됐으며, 순이익은 8억 달러로 32% 급감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실적 충격으로 나이키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으며, 2024년 10월 CEO 교체 이후 2025년 3월까지 약 19% 하락했다. 온라인 리셀 플랫폼 스톡X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나이키와 조던 운동화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반면, 경쟁사인 아식스와 아디다스 판매량은 각각 약 600%, 90% 급증했다.
다만 나이키의 브랜드 파워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미국 내 스니커즈 시장에서 나이키의 브랜드 인지도는 96%를 기록하며, 실제 구매와 재구매 의향 등 핵심 지표에서도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나이키의 혁신 부재와 D2C 전략 실패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호카·온러닝의 놀라운 성장세
나이키의 위기와 대조적으로 러닝화 전문 브랜드들은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브랜드 호카는 2023 회계연도 매출이 14.1억 달러로 전년 대비 58.5% 증가하며 데커스아웃도어(Deckers Outdoor)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글로벌 러닝화 시장에서 10% 점유율을 기록하며 나이키(40%), 아디다스(30%)와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스위스 브랜드 온러닝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4년 매출은 26억 달러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으며, 2025년에는 33억 달러 이상이 예상된다. 2025년 1분기 매출만으로도 전년 동기 대비 43% 급증하며 특히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84.5%의 폭발적 성장을 기록했다.
이들 브랜드의 성공 비결은 기술력과 차별화된 마케팅에 있다. 호카는 맥시멀리스트 디자인과 탁월한 쿠셔닝 기술로 전문 러너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온러닝은 '클라우드텍' 기술로 충격 완화와 에너지 효율성을 동시에 구현해냈다.

 

러닝 열풍과 시장 구조 변화
이러한 브랜드 지형 변화의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러닝 열풍이 있다. 국내 러닝화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돌파했으며,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국내 운동화 시장 전체는 2025년 4조원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특히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한 러닝 문화 확산은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양강 체제에서 뉴발란스, 아식스, 호카, 온러닝 등 다양한 브랜드가 경쟁하는 춘추전국시대로 전환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2024년 9월 러닝화가 포함된 스포츠 슈즈 장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5% 증가했으며, 패션플랫폼 무신사는 최근 3개월간 러닝화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53% 늘었다고 발표했다.
"러닝화도 이제 단순한 운동화를 넘어 라이프스타일과 패션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패션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32년 베테랑 엘리엇 힐의 반전 전략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나이키는 2024년 10월 전격적인 CEO 교체를 단행했다. 디지털 전문가 출신인 존 도나호 대신 32년간 나이키에서 근무한 엘리엇 힐을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한 것이다.
힐 신임 CEO는 1988년 인턴으로 나이키에 입사해 소비자·시장 부문 사장까지 올랐으며, 2020년 은퇴 전까지 나이키와 조던 브랜드의 모든 마케팅 운영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특히 그는 직원들 사이에서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힐 CEO의 핵심 전략은 도나호 전임 CEO의 D2C(Direct-to-Customer) 전략을 수정하고 도매 파트너십을 복원하는 것이다. 또한 과도한 프로모션을 줄이고 에어포스 1, 에어조던 1 등 주력 실루엣의 희소성을 높여 브랜드 가치를 재정립할 계획이다.
"나이키가 스포츠에 대한 집착을 잃었다"며 온라인 퍼포먼스 마케팅 대신 스포츠 마케팅에 주력하겠다고 힐 CEO는 밝혔다.

 

치열한 경쟁 속 혁신 경쟁 가속화
러닝화 시장의 경쟁 격화는 혁신의 가속화로 이어지고 있다. 나이키는 페가수스 시리즈와 알파플라이 등 고성능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호카는 본디 시리즈와 로켓 X 등으로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온러닝 역시 클라우드 몬스터, 클라우드서퍼 등 다양한 모델로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있다. 뉴발란스는 멀티위드스(다양한 발볼 사이즈) 전략으로 동양인 발에 특화된 제품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러닝화 계급도'라는 새로운 문화 현상까지 만들어냈다. 다나와가 러닝 전문가와 함께 제작한 계급도에는 '월드클래스'부터 '입문용'까지 6단계로 러닝화가 분류되며, 소비자들은 이를 참고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과 아시아 진출 경쟁
아시아 시장은 러닝화 브랜드들의 새로운 격전지가 되고 있다. 온러닝은 지난해 한국에 공식 진출해 서울 성수동에 첫 팝업 스토어를 열었으며, 일본에는 도쿄 시부야에 아시아 단독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호카 역시 한국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조이웍스가 공식 수입·판매하는 호카의 2023년 매출은 433억원으로 전년 대비 74.1% 성장했다. 현재 서울 5개, 인천 1개, 수원 1개, 김포 1개 등 총 8개 매장을 운영하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경쟁 구도에서 나이키는 전통적인 강점인 글로벌 네트워크와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2024년 파리 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 마케팅을 강화하며 브랜드 이미지 복원에 나서고 있다.

 

결론: 변화하는 시장에서의 생존 경쟁
나이키의 경영 위기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의 신호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다양화된 니즈와 전문 브랜드들의 기술력 향상이 맞물리면서 기존 시장 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엘리엇 힐 신임 CEO의 반전 전략이 성공을 거둘지는 향후 2-3년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 실적 회복보다는 장기적 신제품 라인업 구축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평가가 지배적이며, 나이키가 더 이상 안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혁신과 변화를 통해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재확립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다극화된 시장에서 하나의 강력한 브랜드로 남을지는 향후 2-3년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러닝화 시장의 춘추전국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으며, 소비자들에게는 더 다양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경쟁 구도가 업계 전체의 발전과 혁신을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경영연구 및 사례분석 연구 : KBR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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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기자 (ch.park@koreabusinessreview.com)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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