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과 경기부양 사이, 0.8% 성장률 전망 속 정책 선택의 기로
"성장이냐, 안정이냐" - 한국은행이 0.8% 저성장 전망과 한미금리차 2.00%포인트 확대 속에서 기준금리 정책의 기로에 서 있다. 물가안정과 경기부양이라는 양날의 검 앞에서 데이터 기반의 신중한 결정이 절실한 시점이다. (사진: 코리아비즈니스리뷰)
2025년 6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전례 없는 복잡한 경제 환경 속에서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5월 2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하한 가운데, 경기 둔화 우려와 금융안정성 확보라는 상반된 과제가 정책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추가 통화완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2.00%포인트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에 달하면서, 자본 유출과 환율 불안정성이 추가 금리 인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를 돌파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성장률 부진과 금융안정성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기준금리 현황: 연속 인하 조치와 성장률 전망 하향
한국은행의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2024년 10월과 11월, 2025년 2월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 조치로, 내수 부진과 경기 둔화에 대응한 선제적 움직임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의 대폭 하향 조정이 정책 변화의 핵심 배경이다. 한국은행은 2025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0.7%포인트나 낮춰 잡았다. 이는 건설업 부진, 대외 통상환경 악화,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5년 성장률을 0.8%, 2026년을 1.6%로 전망하며 완만한 회복세를 예상했다. KDI는 "정국 불안의 영향이 완화되고 금리 인하가 반영되면서 민간소비가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가 상황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로 전망되며, 3월 실제 인플레이션은 2.1%로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목표인 2%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미 금리차 확대: 2008년 이후 최대 격차의 딜레마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 2.50%와 미국의 4.50% 사이에는 2.00%포인트의 격차가 존재한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자본 유출과 환율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를 돌파하면서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국내 물가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미국 연준의 정책 변화가 한국은행의 정책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2025년 4회 금리 인하 전망이 2회로 축소되면서, 한국은행도 신중한 접근을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진전 상황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정책 불확실성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관세 정책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선제적 통화완화보다는 상황 관망론이 힘을 얻고 있다.
복합적 경제 변수: 가계부채, 부동산, 환율의 삼중 압박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정책은 단순히 성장률과 물가만을 고려할 수 없는 복합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정책 제약 요인으로 부상했다. 금리 인하는 대출 수요를 증가시켜 이미 높은 수준인 가계부채를 더욱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의 투기 수요 재점화 가능성이 정책당국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환율 변동성 확대가 물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원화 약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압력은 한국은행이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신중한 접근을 취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도 여전히 상존한다. KDI는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부동산 PF 구조조정 추진으로 금융기관 자산건전성이 일부 개선되었으나, 가계 및 개인사업자 대출, 부동산 PF 연체율은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영향 분석: 부동산·증시·경제 전반의 차별적 반응
기준금리 정책의 향방은 각 시장별로 차별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회복 기대와 불안 요인이 혼재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5년 금리하락의 폭과 속도가 부동산 반등시점을 좌우할 것"이라며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예상되나 시중 금리 하락 폭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2026~2027년 입주물량 감소로 전세가격 상승이 전망되고 있다. 반면 지방은 해소되지 않은 미분양 부담과 경기 침체로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감과 경기 침체 우려가 상충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리 인하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긍정적 요소지만 종합적인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며 "경기 침체가 금리 인하에 비해 자본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 전반에서는 완만한 회복세가 기대된다. KDI는 민간소비가 2025년 1.1% 내외의 낮은 증가율을 기록하겠으나, 2026년에는 정국 불안 영향 완화와 금리 인하 효과로 1.6%의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정책 방향성: 데이터 의존적 접근과 정책 조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새로운 변수들이 많이 들어왔다"며 향후 정책 결정에서 경제지표와 대외 여건 변화를 면밀히 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데이터 의존적 정책 운용이 핵심 원칙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외 경제 지표, 금융시장 안정성, 미국 연준 정책 변화, 환율 흐름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추가 인하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정책 간 유기적 조화의 중요성이 재확인되고 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거시건전성 정책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경제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성장 동력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중장기적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점검도 요구되고 있다. KDI는 "성장세 둔화에 따른 실질중립금리 하락으로 향후 명목금리하한이 제약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통화정책 체계의 전면적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향후 전망: 신중한 정책 운용 속 점진적 정상화
한국은행의 향후 통화정책은 신중한 추가 인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리스크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정책 결정의 핵심 변수들이 명확히 부각되고 있다. 미국 경제 동향과 연준의 정책 변화, 트럼프 행정부의 구체적 경제정책,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의 해소 여부, 그리고 환율과 가계부채 동향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경제 구조적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중요해지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잠재성장률 하락, 저성장 기조 정착 가능성 등을 고려한 중장기적 정책 방향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안정성과 성장 동력 확보의 동시 달성이 핵심 과제다. 정책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통화정책, 재정정책, 거시건전성 정책의 유기적 조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결론: 복합적 경제환경 속 균형잡힌 정책 운용의 중요성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정책은 현재 성장률 둔화와 물가 안정, 한미 금리차 확대와 환율 변동성, 가계부채 증가와 금융안정성 등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경제 환경 속에서 미묘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2025년 0.8%라는 낮은 성장률 전망과 1.9%의 안정적인 물가 상승률, 그리고 2.00%포인트에 달하는 한미 금리차는 정책당국에게 전례 없는 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급한 정책 변화보다는 신중하고 단계적인 접근이 요구되며,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은 국내외 경제 지표의 변화와 금융시장 안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균형잡힌 접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책 간 유기적 조화를 통해 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한국 경제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한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경영연구 및 사례분석 연구 : KBR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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