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시스템 리스크 전이 가능성에 정부·금융당국 '비상'
[변동금리 주택대출 가정, 월 상환금 100만원→150만원 급증에 '생활비 쪼개기' 고민 깊어져...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한국 가계부채, 세계 최고 수준 도달
2025년 6월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가 1,880조 원을 넘어서며 경제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2023년 3분기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75.6조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14.3조원 증가했으며, 가계대출 잔액은 1,759.1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GDP 대비 약 91-92% 수준으로,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2년 4분기 기준 105.0%를 기록하여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기준으로 GDP 대비 100%를 넘어서는 유일한 국가 중 하나다.
특히 고금리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가계와 자영업자의 부채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2024년 말 현재 가계대출(원화) 연체율은 0.38% 수준으로서 전년말 대비 상승했고, 기업대출 연체율은 0.50% 수준으로서 전년말 대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급상승, 금융 안정성 위협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 상승이 특히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70% 수준을 기록했다. 비은행권 대출의 연체율은 3.51%로 은행권(0.51%)을 크게 웃돌았고, 취약 차주의 연체율은 11.55% 수준에 달해 비취약 차주(0.42%)와 큰 격차를 보였다.
자영업자들의 상환 능력 악화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누적된 부채와 경기 침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자영업자 차주의 특성을 살펴보면, 고소득 차주(전체의 46.9%)와 고신용 차주(69.6%)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저소득·저신용 차주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2024년 7월말 현재 기업대출 연체율(0.53%)은 전월말(0.46%) 대비 0.07%p 상승하여 전년 동월말(0.41%) 대비 0.12%p 증가했다. 이는 고금리 환경에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급증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된다.
고금리 장기화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긴축 통화정책이 지속되면서 국내 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연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영향을 분석하면서 "신용위험 발생 빈도 증가"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의 우려를 제기했다.
KDI는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임에도 금융시스템은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이지만,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 가계대출 금융감독 등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에 따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완만한 하락 추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가계빚이 다시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금리 정책 장기화 속에서 2024년 초 일시적으로 감소했던 가계부채가 2024년 4월부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와 주택시장 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맞물리면서 6월까지 월평균 4조6천억 원 규모로 증가했다.
정부의 선제적 대응: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대응책으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를 2025년 7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금융위원회 공식 발표에 따르면 "3단계 스트레스 DSR은 전 업권의 DSR이 적용되는 사실상 모든 가계대출에 적용되며 스트레스 금리는 1.50%"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지방 주담대가 가계부채 증가세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하여 지방(서울·경기·인천 지역 제외) 주담대에 대해서는 2단계 스트레스 금리인 0.75%를 금년 12월말까지 적용할 예정이다.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적용되면 연봉 1억 원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가 최대 4,800만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업계 추산에 따르면 연소득 1억원 대출자(변동금리)의 대출한도는 스트레스 DSR 적용 전 대비 약 1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시스템 리스크 전이 가능성과 대응 방안
전문가들은 현재 가계부채 수준이 금융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는 민간부채(특히 가계부채) 급증 및 이로 인한 자산가격 불안 등으로 잠재된 금융리스크의 현재화에 대비하여 관련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취약 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율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고소득·고신용 차주가 자영업자 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금융권 전체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월별·분기별 가계대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회사의 선제적 자율관리 시행을 유도하는 등 다각도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스트레스 DSR은 특히 금리 인하기에 차주의 대출한도 확대를 제어할 수 있는 '자동 제어장치'로서의 역할을 하는 만큼 앞으로 제도 도입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적 파급효과와 향후 전망
가계부채 증가 억제 정책은 부동산 시장과 소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4월중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5.3조원 증가하여 전월(0.7조원) 대비 증가폭이 확대되었으며, 주택담보대출은 4.8조원 증가하여 전월(3.7조원) 대비 증가폭이 확대되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3월에 비해 4월 가계대출이 다소 큰 폭으로 증가하였지만 연간 가계대출 관리목표 등을 감안시 현재까지는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금융센터가 발표한 2024년 글로벌 은행산업의 5대 잠재 리스크 분석에서는 주택가격, 상업용부동산, 그림자금융 등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는 국내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론: 선제적 관리로 연착륙 도모
1,88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주요 구조적 리스크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고금리 장기화와 연체율 상승 추세가 맞물리면서 금융 시스템 전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현재까지는 주요 금융업권의 건전성 지표가 규제 수준을 상회하는 등 금융 시스템의 전반적 안정성이 유지되고 있고, 정부와 금융당국의 선제적 대응책도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을 통해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과 금융 안정성 확보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의 연체율 상승 추세,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 글로벌 금융 환경의 불확실성 등 여러 리스크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정책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영연구 및 사례분석 연구 : KBR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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