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다이내믹스와 손잡고 글로벌 제조업 패러다임 전환 주도
[이미지 : 휴머노이드 로봇의 모습 (출처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제조업의 미래가 바뀌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로부터 수만 대 규모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구매해 미국 내 사업장에 단계적으로 투입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글로벌 제조업계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혁명적 움직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스폿 △스트레치 △아틀라스 등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봇을 그룹 내 미국 공장과 물류센터 등에 대량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4일 발표했다.
골드만삭스가 전망한 2035년 380억달러 규모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대규모 로봇 투자의 배경과 규모
현대차그룹의 로봇 도입 계획은 그 규모면에서 업계 최대 수준이다. 투입되는 로봇은 수만 대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재원은 현대차그룹이 최근 밝힌 210억 달러 투자금 가운데 '혁신 주도 및 미국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 명목으로 책정된 60억 달러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서는 2025년 말까지 차량 조립 공정의 40%를 아틀라스 로봇으로 자동화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는 초기 연간 1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추고 향후 50만 대까지 확대할 계획인 첨단 제조시설에서 실현될 예정이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물리적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은 우리 비즈니스 환경을 다음 단계로 전환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투자가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제조업의 근본적 변화를 추구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치열한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로봇 도입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 간의 치열한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올해 안에 1만대까지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밝혔다.
머스크는 "올해 말까지 1만대를 정확히 생산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몇 천 대를 만들어 이를 실질적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BMW는 미국 스타트업 피규어와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턴버그 공장에 배치한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원'이 차량 조립 과정에 참여해 작업을 수행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복잡한 조립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향후 정식 도입을 검토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일 베를린 마리엔펠데 공장에 미국 스타트업 앱트로닉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폴로'를 도입해 반복 작업과 초기 품질 검사에 활용하는 시험 운영을 시작했다.
폭발적 성장세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전망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예상을 뛰어넘는 급성장을 보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35년 380억달러에 달하며, 로봇 출하량은 140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골드만삭스가 발표했던 보고서와 비교해 시장 규모는 6배, 출하량은 4배 증가한 것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로봇 제조 비용의 급격한 하락이다. 휴머노이드의 제작 비용은 지난해 대당 5만달러에서 25만달러(약 6700만원에서 3억4000만원)로 예측됐으나, 올해는 3만달러에서 15만달러(약 4000만원에서 2억원)로 낮아졌다. 분석가들은 제작 비용이 연간 15%에서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40%나 줄었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24년 32억 8천만 달러에서 2032년 660억 달러로 연평균 45.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지 :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출처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제조업 생산성 혁신과 일자리 구조 변화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이 제조업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기존 산업용 로봇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기존 로봇이 특정 반복 작업에 국한됐다면,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과 유사한 신체 구조를 바탕으로 복잡하고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아틀라스 로봇은 엔진 커버를 공급 컨테이너에서 이동식 시퀀싱 돌리로 옮기거나, 차량 도어를 설치하는 등 정밀한 조립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스팟 로봇은 공장 내 검사 및 예측 유지보수를 담당하며, 스트레치는 물류 자동화를 통해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일자리 구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MIT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1,000명의 근로자당 로봇 1대가 추가될 때마다 임금은 0.42% 감소하고 고용률은 0.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로봇 유지보수, 프로그래밍, 감독 등 새로운 직업군이 창출될 가능성도 크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전환을 관리하기 위해 직원 재교육과 새로운 기술 습득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적극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육성
중국도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중국정보산업발전센터는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올해 53억 위안에서 2029년 750억 위안으로 급성장할 것"이라며 "세계 시장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산업정보화부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컴퓨터, 스마트폰, 전기차에 이어 차세대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강력한 혁신 시스템 구축과 대량 생산 체제 확립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 시내에서 베이징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를 찾았다. 지난달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톈궁' 제작사로 유명한 회사다.
미래 제조업 패러다임의 변화 방향
현대차그룹의 로봇 혁명은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도입으로 생산 라인의 유연성이 크게 향상되며, 기존의 고정형 자동화 시스템에서 적응형 지능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로봇 기술을 단순한 생산성 향상 도구가 아닌 미래 모빌리티와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서비스 모델 창출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의 시너지를 통해 종합적인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마크 라이버트 창업자는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에 집중해 해당 분야의 '벨 연구소'로 자리잡겠다"고 말했다.
2025년부터 본격 시작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 경쟁에서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확보한 기술 우위와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결론: 제조업 혁신의 새로운 장이 열리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수만 대 로봇 구매 결정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제조업 전체의 혁신을 이끄는 촉매역할을 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전망한 2035년 380억 달러 규모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성장에 있어 현대차그룹이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적극적인 로봇 도입 경쟁은 제조업 자동화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생산성 향상과 품질 개선을 통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다만 급속한 자동화 진전에 따른 일자리 변화와 사회적 적응 과정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기술 혁신과 인간 중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균형잡힌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현재 시작된 제조업의 로봇 혁명은 앞으로 10년간 산업 전반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선제적 움직임이 향후 글로벌 제조업계의 새로운 벤치마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영연구 및 사례분석 연구 : KBR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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