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의 공격적인 세계 시장 진출, 무역 전쟁의 서막인가?
[사진 :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의 SEAL 모델 자동차 모습 (출처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자국 시장의 성공을 발판으로 전 세계 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하며 기존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특히 BYD를 필두로 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급성장은 미국과 유럽 등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들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이는 이미 통상 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급격한 성장과 세계 시장 장악
중국 전기차 시장은 최근 수년간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Rho Motion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배터리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약 1,370만 대 중 약 59%인 810만 대가 중국에서 판매됐다. 미국 시장의 140만 대와 비교하면 그 규모 차이가 확연하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2025년 4월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7.3% 증가한 73만 6,000대를 기록했다. 2025년 1~4월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4% 증가한 252만 대에 달한다. 이처럼 중국 전기차 시장은 30%가 넘는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2024년 120만 3,000대로 전년 대비 77.6% 급증했다. 2025년 4월까지도 42만 대를 수출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BYD의 공격적인 글로벌 전략, 테슬라와의 경쟁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진출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단연 BYD(比亞迪)다. BYD는 2023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포함해 447만 8,000대를 판매하며, 전체 전기동력차(NEV) 시장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올랐다. 단, 순수 전기차(BEV)만 기준으로는 테슬라가 179만 대, BYD가 176만 대로 테슬라가 근소하게 앞섰다.
BYD의 성공 비결은 배터리 기술력과 수직 계열화된 공급망에 있다. 배터리부터 전자 부품, 모터, 차체까지 대부분을 자체 생산하는 역량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생산을 가능케 했다.
BYD는 유럽, 동남아, 중동, 남미 등 세계 각지로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4년 유럽에 아토3, 시걸, 돌핀 등의 모델을 출시했고, 태국 및 동남아 시장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미국과 유럽의 방어 전략: 관세 장벽 강화
중국 전기차의 세계 시장 진출에 미국과 유럽은 강력한 관세로 대응하고 있다.
- 미국: 2024년 5월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인상했다.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부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7.5%에서 25%로 올렸다.
- 유럽연합(EU): 2024년 9월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의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기존 10% 관세와 합치면 최대 55.3%에 달한다. BYD에는 27%, 상하이자동차(SAIC)에는 45.3%, 지리(Geely)에는 28.8%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 트럼프 전 대통령: 2024년 대선 과정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100% 이상의 고율 관세를 예고했으나, 공식적으로 200% 관세가 시행된 사례는 없다.
중국 전기차의 대응 전략: 현지 생산 확대
고관세 장벽에 직면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현지 생산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BYD는 헝가리(2025년), 터키(2026년 예정) 등 유럽 내 생산기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부담을 줄이고, 유럽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BYD 아토3 등 일부 모델은 유럽에서 3만 유로 내외에 판매되고 있으며, 현지 생산이 본격화되면 2만 유로대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시장 진출도 모색 중이다. BYD는 돌핀, 아토3, 씰 등 모델의 국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지리홀딩스도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Zeekr)로 2026년 한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전기차 패권을 둘러싼 미중 무역전쟁의 심화
중국 전기차의 급성장과 미국·유럽의 관세 대응은 글로벌 무역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100% 관세에 대해 중국 정부는 "불공정한 보호무역주의"라고 비판하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24년 미국 대선 이후에도 미중 무역전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공언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 집중된 배터리, 모터, 반도체 등 핵심 부품 공급망이 미국, 유럽, 한국, 일본 등으로 다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미래와 한국의 전략
중국 전기차의 공격적 세계 시장 진출은 전기차 패권을 둘러싼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중국은 강력한 내수 시장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배터리부터 완성차까지 견고한 생태계를 구축했으며, 이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고관세 정책은 단기적으로 중국 전기차 진입을 막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 확대와 기술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보호무역주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비용 상승,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 배터리와 부품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나, 중국의 추격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사이에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기술 혁신과 품질 향상을 통한 차별화, 글로벌 생산기지 다변화, 그리고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솔루션 개발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중국 전기차의 세계 시장 공략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전기차 산업의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이 과정에서 산업 구조와 경쟁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가 예상된다.
주요 팩트 요약
- 2024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1,370만 대 중 810만 대(59%)가 중국에서 판매됨
- BYD는 2023년 PHEV 포함 447만 대로 전체 NEV 판매 1위, BEV만 보면 테슬라가 179만 대로 근소하게 앞섬
- 미국(100%), EU(최대 55.3%) 등 서방국가의 고관세 정책 본격화
-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유럽 등 현지 생산 확대와 저가 전략으로 관세 장벽에 대응
- 한국 시장 진출도 본격화 조짐, 국내 산업은 기술 혁신·글로벌 협력 강화 필요
경영연구 및 사례분석 연구 : KBR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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