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권한 위임, 잘못된 권한 위임 – 리더십의 진짜 시험대는 ‘지시’가 아닌 ‘신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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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내에서 리더십의 본질은 ‘통제’에 있지 않다. 오히려 좋은 리더일수록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
리더가 모든 것을 직접 결정하고 지시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빠른 실행력을 보장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역량 저하와 신뢰의 균열을 불러온다.
그렇다면 리더는 어디까지 책임지고, 어디까지 넘겨야 할까?
권한 위임은 ‘지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맡기는 방식’을 말한다
많은 리더들이 ‘권한 위임’을 단지 업무를 넘기는 기술적 행위로 오해한다. 하지만 진정한 권한 위임은 단순한 업무 분장이 아니라, 신뢰 기반의 책임 공유 구조를 설계하는 리더십 전략이다. 즉, 무엇을 맡기느냐보다 어떻게 맡기느냐가 더 중요하다.
잘못된 권한 위임은 오히려 리더십 리스크를 키운다. 업무만 넘기고 책임은 지지 않거나, 반대로 책임은 넘겼지만 의사결정의 권한은 주지 않은 경우, 구성원은 오히려 혼란에 빠지고 결과에 대한 불만만 커진다.
조직 성과를 끌어올리는 ‘좋은 권한 위임’의 조건
1. 명확한 기대와 범위 설정
업무를 맡길 때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무엇을 보고해야 하는가’, ‘결과는 어떻게 판단되는가’에 대한 명확한 프레임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 단순히 “이거 좀 알아봐”가 아니라, “OO까지 리서치하고, 최종 보고는 이 기준에 따라 판단해서 제안해줘”처럼 의사결정 권한과 기대 수준을 함께 공유하는 설계가 핵심이다.
2. 실행 중간에 ‘불신의 개입’을 하지 말 것
권한을 위임해놓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참지 못하고 중간에 개입하거나 방향을 틀게 만드는 것은 위임이 아니라 ‘감시’에 가깝다. 신뢰는 위임 이후부터 진짜 시험대에 오르며, 그 신뢰가 반복될 때 구성원은 성장하고 스스로의 결정에 책임을 지는 태도를 갖게 된다.
3. 결과만 평가하되, 과정은 존중하라
리더의 평가 기준은 결과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구성원의 성장은 그들이 겪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결과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과정에서의 책임감, 의사결정의 논리, 실험정신 등을 피드백 기반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잘못된 권한 위임은 결국 리더십 손실로 귀결된다
전문성 있는 인재에게 일을 맡겼지만, 일일이 보고를 요구하거나, 의사결정을 무시하고 수정해버리는 리더는 결국 두 가지 결과를 낳는다.
하나는 ‘복종형 인재’만 조직에 남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책임을 회피하는 시스템’이 자리잡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단기적 통제는 가능하게 할지 몰라도, 장기적인 조직 자율성과 혁신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리스크다.
[글로벌 사례] 넷플릭스의 '자율과 책임' 위임 구조
넷플릭스는 단순히 직원에게 자유를 준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자유(Responsible Freedom)라는 구조적 위임 시스템을 설계했다.
출장, 경비, 휴가, 의사결정 모두 자율에 맡기되, 그 책임은 본인의 판단 기준 안에서 회사의 이익과 정렬돼야 한다는 문화적 원칙이 적용된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보고하지 않는 문화”가 조직을 더 투명하게 만들고, 구성원이 리더십에 도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권한 위임이 단지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성과와 정렬된 실행 책임을 부여하는 전략적 시스템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위임은 ‘배려’가 아니라 ‘전략’이다
권한 위임은 단순히 바쁘니까 맡기는 ‘배려의 제스처’가 아니다. 오히려 조직 전체의 집단 실행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적 설계이며, 리더가 더 중요한 전략과 방향 설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조직 구조의 핵심이다.
결국, 위임을 잘하는 리더는 신뢰를 설계하는 사람이며, 제대로 된 위임을 받은 구성원은 조직의 미래를 실행하는 사람이다.
"위임을 잘한 조직은 리더가 없어도 스스로 굴러간다. 그게 진짜 강한 조직이다."
글 : 와이즈먼코리아 김해리 수석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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