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JTBC 토일드라마 ‘협상의 기술’에서 배우는, 협상스킬
[이미지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 협상을 앞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
드라마로 만나는 협상 전략의 현실 적용법
JTBC 토일드라마 ‘협상의 기술’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M&A 전문가로 불리는 주인공이 각종 위기 속에서 협상을 통해 조직의 존립을 지키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보여주는 이 드라마는, 현실감 넘치는 기업 인수합병(M&A) 실무 배경과 치밀한 심리전 묘사로 주목받는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협상 장면은 단순한 대사를 넘어선 전략적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어, 경영자, 리더, 실무자에게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이 드라마는 협상을 말싸움이나 기싸움의 연장선이 아닌, 정보 분석과 심리 이해, 전략적 입장 설계라는 본질에 기반한 구조적 접근으로 그려낸다. 시청자는 스토리를 따라가며 실전 협상의 감각과 논리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1. 협상의 본질은 ‘상대가 아닌, 구조와 타이밍’이다
주인공 윤주노 팀장(이제훈 분)은 각 에피소드에서 정면 승부보다는 상대가 판단력을 발휘할 수 없는 타이밍을 유도하며 협상을 주도한다. 그는 사회적 압력,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 공백, 외부 여론의 흐름 등을 모두 활용해 유리한 구조를 설계한다. 이는 협상의 핵심이 단순한 설득이 아닌, ‘판을 설계하고 타이밍을 선점하는 것’임을 잘 보여준다.
실무 협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취약한 순간에 테이블을 선점하고, 심리적, 제도적 구조를 먼저 세팅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이처럼 협상은 논리 싸움 이전에, 구조적 설계와 타이밍 선점의 문제다.
2. 정보 비대칭을 기회로 바꾸는 역전 전략
윤주노는 드라마 속 다양한 에피소드에서 제한된 정보만을 가지고도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압박한다.
핵심은 '정보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보다, '상대가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있다. 실제로 그는 특정 사안에 대해 자신이 전부 알고 있는 것처럼 연기하거나, 질문을 유도해 상대가 먼저 말을 꺼내도록 유도한다. 그 결과, 상대는 과잉 방어에 빠지고 협상의 주도권은 윤주노에게 넘어간다.
이러한 장면은 협상에서 ‘연기된 무지’ 또는 ‘불확실성 설계’가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정보의 양보다 정보의 배치가 협상의 흐름을 바꾼다는 점에서, 전략적 침묵과 타이밍이 핵심 자산이 된다.
3. 감정을 읽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설계해야 한다
윤주노는 상대방의 감정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해야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을지 판단한 후 대화를 설계한다. 예를 들어, 죄책감, 안도감, 분노, 기대감 등의 감정은 협상 테이블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그는 이를 정교하게 활용한다.
실제 고위급 협상에서도 핵심은 수치나 논리가 아닌 감정이다. 상대가 합리적으로 설명을 듣고 수긍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납득할 수 있어야만 협상이 성립된다.
결국 협상가는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 흐름을 전략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4. 협상의 핵심은 ‘체결’이 아니라 ‘관계의 지속’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윤주노는 당장의 유리함보다 장기적인 신뢰와 협력 관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때의 승리는 얻었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한테 남긴 불신과 상처는 이후 더 큰 기회를 막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는 협상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실제 비즈니스 협상에서도 계약 체결 이후의 실행력, 공동 목표 달성, 장기적 파트너십 유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협상은 한 번의 결과보다 반복 가능한 관계와 감정적 여지를 남기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관계의 설계’가 곧 협상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협상은 ‘심리전’이 아니라 ‘전략 시스템’이다
JTBC ‘협상의 기술’은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협상의 심리와 구조를 동시에 보여주는 고급 전략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이 작품은 협상이란 상대를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구조를 설계하고 감정을 운영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전체적인 시스템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협상은 단지 이익을 취하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정보를 배치하고 감정을 설계하며, 상대가 다시 이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과정이다.
결국 성공적인 협상가는 전술적 언어 사용자이기보다, 구조적 전략 설계자여야 한다.
글 : 와이즈먼코리아 박해성 책임컨설턴트
저작권자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