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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인문학] 통나무를 다듬지 않는다 - 노자리더십 7

리더십은 본질이 실현될 때 발휘된다

등록일 2021년09월17일 08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도는 정해진 개념이 없다’ 라는 말은 도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취할 뿐 변질된 기준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도덕경 32장에서는 이를 다듬지 않은 통나무라 표현한다. 통나무는 다듬지 않았을 때는 도이지만 누군가에 의해 마름질되는 순간 도에서 비켜나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고 중심을 잃게 된다. 통나무를 마름질하고 싶은 욕망이 생겨도 멈출 줄 알아야 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물이 저절로 바다로 향하듯 만물이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이러한 개념은 현대 기업 경영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초에 경영학자가 고귀한 의미로 내놓은 경영이론을 성격이 급하고 편향된 시각을 가진 경영자가 등장하여 제멋대로 적용하는 경우다.

 

 

 

마름질된 통나무 MBO

 


 

 


새로운 왕조가 등장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역사책을 자기 입맛대로 고쳐 쓰는 작업이다. 그래야 정통성과 우월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위의 표는 요즘 각광받는 OKR을 설명하는 책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비교표이다. 표를 보면 OKR은 좋은 성과관리 도구이고  MBO는 나쁜 성과관리 도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정확이 표현하면 OKR은 다듬지 않은 통나무이고 MBO는 성급하고 편향된 사용자에 의해 마름질된 통나무인 것이다.

 

 

피터 드러커가 1954년 ‘경영의 실제’에서 MBO을 처음 제안했을 때는 위의 표와 같은 내용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OKR에 해당하는 내용이 바로 피터 드러커가 처음 말한 내용에 해당한다. 그도 그럴 것이 OKR을 널리 확산한 인텔의 앤디 그로브가 MBO를 그대로 가져와 인텔에 적용하고 처음에 붙인 이름이 iMBO 즉 인텔의 MBO이기 때문이다.

 

앤디 그로브는 iMBO를 마름질하지 않고 적용했고 MBO를 가져다 쓴 다른 리더들은 자기식으로 마름질하고 썼다. 그리고나서 인텔은 뛰어난 성과를 얻고 다른 기업은 MBO에서 많은 부작용을 겪게 되자 마치 마름질된 MBO가 MBO의 본질인 것처럼 비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영의 실제’에서 피터 드러커가 말했던 마름질 되지 않은 MBO는 어떤 내용을 지니고 있었는지 살펴보자

 

 

Management By Objectives (MBO, Drucker)

 

MBO는 구체적이고 확인가능하고 측정되는 목표를 설정하는 목표관리법이다. 세부 특징을 보면

 

1.MBO는 조직의 전반적인 목표를 구체적인 조직목표와 부서목표, 개인목표로 바꾼다. 최상위의 조직목표가 조직 구성 단위별로 구체적으로 정해지도록 함으로써 일관성, 동기부여 효과를 추구한다.


2.목표를 정할 때는 반드시 조직, 부서, 개인 단위의 관리자가 참여해서 협의하에 진행한다. 따라서 MBO는 하향식이면서 상향식이다.


3.이런 과정을 통해 조직목표, 개인목표를 위해 CEO를 포함한 전직원이 참여하며 조직의 최종 목표를 위해 가장 낮은 단계의 구성원까지 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4.조직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면 부서목표가 달성되고 부서가 목표를 달성하면 자연스레 조직 전체의 목표가 실현된다.

 

따라서 MBO를 위한 전제조건은 다음과 같다.

 

(1).목표의 구체성
(2).참여적 의사결정
(3).정해진 달성 기한
(4).달성 과정에서의 피드백

 

 

어떤가? 이미 지금으로부터 65년 전에 말한 피터드러커의 목표달성방식은 그 어떤 곳도 손댈 필요가 없을 만큼 완벽하다. 인간적이면서도 성과지향적이다. 그랬던 MBO는 어쩌다가 이런 저런 대패들로 마름질된 통나무가 되었을까? 그것은 바로 MBO를 성과달성을 위한 도구가 아닌 평가, 보상의 도구로 사용한 데에 원인이 있다.

 

평가와 보상을 하려니 차별을 둬야 하고 순위가 결정되어야 한다. 차별과 순위는 조직내에서 경쟁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

경쟁은 조직 외부와 하는 것이지 내부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내에서 경쟁을 하자니 구성원 간에 협력이 줄어 들고 정보 제공도 꺼려하게 된다.

 

연말에 누군가는 성과를 달성하지만 조직은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다. 반복되는 성과 미달성에는 책임질 대상이 있어야 한다. 바로 MBO다.

MBO에는 마름질 되기 전의 본질은 사라지고 변형된 모습이 마치 본질인 것처럼 비난이 가해진다. MBO는 경쟁만 유도하고 협력을 방해한다.

보상과 평가의 도구일 뿐 성과달성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제 MBO를 대체할 새로운 성과관리 도구가 필요하다.

바로 OKR이다.

 

보상과 연계하지 않으며 명확한 기한 설정에 피드백까지 제대로 이루어진다. 게다가 구글이 사용하고 있다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보던 말 아닌가? 바로 피터 드러커가 말한 다듬지 않은 통나무다.

 

앤디 그로브는 드러커의 통나무를 다듬지 않았을 뿐이고 다른 리더들은 제멋대로 다듬어 놓고 MBO만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OKR이 곧 MBO인 것이다. 통나무를 얼마나 본질에 충실하게 사용하느냐의 문제다.

 

 

도덕경 32장에서 노자가 강조하는 의미는 도를 뜻하는 통나무에 기준을 두어 마름질을 하면 편향된 관념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나쁜 리더는 이 편향된 개념을 이용하고 훌륭한 리더는 마름질하지 않은 본질의 개념만으로도 구성원을 저절로 움직이게 만든다. 

 

이 말은 노자가 도덕경 28장에서도 한 바가 있다.

 

성인은 통나무의 이치를 사용하여
통치자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큰 통치는 마름질하거나 가르치지 않는다



 

 

 

글 : 손정, 와이즈먼코리아 겸임교수, [글쓰기와 책쓰기] [당신도 불통이다] [업무력] 저자
    유튜브 : 책 읽어 주는 강사, sjrain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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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mkkim@koreabizreview.com)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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