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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인문학] 동방순례 – 서번트 리더십

등록일 2020년09월01일 15시52분 트위터로 보내기


 

 

 

 

동방순례, 헤르만 헤세

 

헤르만헤세는 위대한 체험을 하겠다는 결심으로 ‘결맹’이라는 공동체에 가입하여 동방으로 순례를 떠난다. 순례자들은 발설할 수 없는 공동의 목적과 함께 개인적인 목표도 가지고 있었다. 공동의 목적이란 진리와 빛의 근원을 찾는 것이며 그것은 동방에 있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었다. 순례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철도, 시계와 같은 문명의 이기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결맹 수습기간 동안 맹세한 수칙을 지키며 동방으로 나아갔다. 가끔 동방의 존재를 의심하고 순례를 그만두는 사람도 나타났지만 이내 후회하고 다시 순례단에 합류하고자 하였다. 그만큼 결맹이 이상으로 삼았던 동방의 빛이란 거부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순례단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해 일을 돕는 하인들이 있었는데 레오도 그중 한 명이었다. 레오는 짐을 나르고 순례단 간부의 일도 도왔다.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노래도 부르고 휘파람도 불러 순례단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모두가 레오를 좋아했고 나비와 새, 개도 그를 따랐다.
헤르만헤세는 어느 날 레오와 대화에서 그의 생각을 조금 알 수 있었는데 그것은 봉사의 법칙이었다. 봉사의 법칙이란 오래 살기를 원하는 사람은 남을 지배하려 들지 말고 봉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야심만으로 지배하게 되면 결국 그 끝은 무(無)일뿐이라고 했다.

 

잘 진행되던 순례는 모르비오 협곡에서 레오가 사라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레오가 사라진 일은 단순히 한 명의 하인이 없어진 것을 넘어 순례 자체에 문제가 생기리라는 것을 암시했다. 협곡 전체를 뒤졌지만 레오를 찾을 수 없었고 그럴수록 레오의 중요성은 더해갔다. 동시에 결국 그를 찾을 수 없을 거라 모두들 직감했다. 어떤 이는 레오가 들고 사라진 가방 안에 순례에 필요한 중요한 물건이 있었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것들은 결국 나중에 다시 나왔고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님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한 결맹의 문서가 레오의 가방에 있었다든지 문서가 원본이었는지 사본이었는지와 같은 논쟁도 계속되었다. 순례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모르비오 협곡에서 하나 둘 흩어지고 헤르만헤세도 대열에서 이탈하면서 순례는 그렇게 끝이 났다.

순례가 중단되고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헤르만헤세는 순례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순례 당시에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캄캄한 어둠속을 걷는 것 같았지만 무언가 강렬한 빛이 그들을 인도하고 있다는 신념이 있었듯, 순례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시간이 지나도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집필은 생각보다 쉽게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1차대전에 참전하고 그에 대한 책을 집필한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러 갔다. 조언을 구하는 자리에서 이야기가 자꾸만 레오에게 집중된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 친구는 전화번호부를 펼치며 주소록에 있는 레오라는 성을 가진 사람을 찾아가 보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결국 주소에 있는 대로 어렵지 않게 레오를 다시 만나게 된다. 레오는 여전히 건강하고 발랄한 모습이었다. 헤르만헤세는 레오와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에는 결맹에 대한 이야기 대신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 좋아하던 바이올린을 팔아버리고 지금은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한다. 그러다 결국 참지 못하고 결맹과 자신을 기억하고 있지 않냐고 묻고 만다.

 

레오는 대답한다.
“나는 언제나 여행 중이며 지금도 결맹에 속해 있습니다. 사람들은 결맹에 드나들면서 서로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누가 다른 사람을 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개나 새, 고양이는 잘 알고 있습니다.”

 


 

 

헤르만헤세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레오에 절망한 채 인사를 하고 집으로 와 편지를 쓴다. 실패한 순례에 대한 이야기, 지금 겪고 있는 고난, 글쓰기를 완성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우체통에 넣는다. 그리고 잠이 든다. 눈을 뜨니, 거실에 레오가 앉아 있었다.

“편지를 결맹의 상급자에게 전했습니다.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니 나와 함께 가실 수 있겠습니까?”

결맹은 아직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헤르만헤세는 결맹의 존재를 의심했지만 결맹은 나와 상관없이 거기 있었다. 헤르만헤세는 결맹에서 도망간 후 자수한 사람으로 심판을 받는다.

“결맹은 당신에게 결맹의 규칙과 비밀을 공개할 권리를 부여한다. 필요하다면 문서 보관고를 봐도 좋다. 자수자가 결맹에 충성하지 못한 점, 자신의 어리석음을 모르고 결맹을 비판한 점, 결맹의 존속을 의심한 점은 용서한다. 그 모든 것이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이 그러한 죄를 저질렀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또한 배우게 될 것이다.”

심판을 한 결맹의 최고지도자는 놀랍게도 레오였다. 하인으로 봉사의 법칙을 실행한 바로 그 레오다. 헤르만헤세는 결맹의 문서고를 열어본다. 문서에는 모든 것이 있었다. 순례에 대한 모든 기록, 레오의 실종과 순례단이 해체된 과정, 지금 그가 쓰고 있는 원고까지. 그리고 그곳엔 조각상이 하나 있었다. 원래 두 개의 조각상이 하나가 된 것으로 하나는 헤르만헤세 자신이었고 하나는 레오였다. 헤르만헤세의 얼굴은 측은할 정도로 나약하고 불안정했으며 레오는 색채와 형태가 살아 있는 모습이었다. 조각상 옆에 있는 양초에 불을 붙이자 헤르만헤세의 조각상에서 부드러운 무언가가 끊임없이 흘러 레오의 조각상으로 향함을 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조각상은 소멸하고 레오만 남을 것 같았다. 촛불은 다 타서 꺼지고 헤르만헤세는 피로와 졸음이 몰려와 잠잘 곳을 찾아 몸을 돌렸다.

 

 


 


헤르만 헤세의 도(道)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

헤르만 헤세의 신비한 이야기 동방순례는 세상의 본원적 진리인 도(道)를 찾아 가는 과정이다.
동방이란 서양인에게 신비의 땅이며 노자가 탄생한 중국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결맹이 동방으로 찾아 떠난 진리의 빛이란 결국 도(道)를 뜻하며 레오는 도를 행하는 자이자 그 자신이 곧 도라고 할 수 있다. 도란 인간이 가야 할 길, 추구해야 할 진리로 공자는 예(禮)를 도라고 했고 맹자는 의(義)를 도라고 말했다. 노자는 도란 하나의 개념으로 규정할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기에 이름 붙일 수 없어 그저 도(道)라고 불렀다. 이것은 동방순례에서 헤세의 언어로도 표현된다.

“대체 누가 다른 사람을 안다고, 자신을 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개나, 새, 고양이는 잘 알지요”
“남에게 봉사하는 사람은 오래 살고 지배하려는 사람은 오래 살지 못해요”
“하인 레오가 실종되자 우리는 갑자기 잔인할 정도로 불화했고 결속도 산산이 조각나 버렸다”
“나의 형상은 측은하고 나약했지만 레오의 형상은 색채와 형태가 생생히 살아 있었다”

 

 

이처럼 ‘도’란 어느 하나의 기준을 따르지 않고 자연이 가진 근원적 진리를 추구한다. 따라서 도를 행하는 사람은 사물과 사람, 현상에 대해 편향된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기준을 갖다 대지 않으니 지배할 수 없고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봉사하게 된다. 헤르만헤세는 결맹 단원으로 도를 찾아 떠났지만 하인으로 그들에게 봉사하던 레오가 사라지자 원래 자신의 목적마저 잃어버린다. 레오는 그 자체가 도를 상징하면서 도를 실현하는 사람었지만 레오를 마음속 지도자로 생각하는 것 역시 도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결국 헤르만헤세가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는 레오라는 도가적 지도자를 섬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곧 레오가 되어야 한다. 헤르만 헤세는 글의 마지막을 헤르만헤세의 조각상이 레오의 조각상과 합쳐지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레오의 형상과 헤르만헤세의 형상이 하나로 붙어 있는 것은 세상의 모든 사물이 반대되는 두 개념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헤르만헤세의 형상이 녹아 레오로 향하는 것은 두 반대되는 개념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무가 유를 창조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도가적 진리란 레오가 전화번호부를 통해 쉽게 찾아졌듯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결국 도란 정해진 기준을 두지 않고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것임을 헤세는 말한다.

 

 

서번트 리더십을 처음 주창한 그린리프는 동방순례의 레오를 모델로 ‘서번트 리더십 원전’을 저술한다. 그는 책에서 조직의 리더는 레오처럼 구성원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서번트 리더란 조직의 최고 리더지만 그 마음은 먼저 섬기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시작한다. 그런 마음을 가진 뒤에 앞에서 이끌어 가고 싶은 뜨거운 열망을 갖는다. 서번트 리더는 지배가 아닌 섬김으로 구성원을 이끈다. 그러나 구성원들은 자신이 리드 당하는 줄 모르고 스스로가 자신을 이끌고 있다고 믿게 된다. 그린리프는 리더가 자신이 서번트 리더인지 알려면 다음을 확인하라고 말한다.

 

‘섬김을 받는 사람들이 점점 인간다워지는가?’
‘섬김 받는 동안 더 건강해지고 더 지혜로워지고 더 자유로워지면서 그들도 서번트로 변하려고 하는가?’
‘결국 구성원들 스스로의 힘으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가?’

 

 

 


글 : 손정, 와이즈먼코리아 겸임교수, [당신도 불통이다] [업무력] [글쓰기와 책쓰기] 저자
    유튜브 : 책 읽어 주는 강사, sjrain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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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금 기자 (mkpark@koreabizreveiw.com)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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