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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인문학] 동양사 #1

우리의 비전과 사명은 변화를 이끌고 있는가

등록일 2020년03월03일 09시18분 트위터로 보내기

 

동양학을 통해 보는 리더의 인문학  그 첫 번째 이야기

 


 

평면이 아닌 구(球)에서는 어느 쪽을 동쪽이라 정할 수 없다. 구(救)인 지구에서 아시아를 동양이라 부르는 것은 기준을 유럽이 정했기 때문이다.

유럽은 자신들이 볼 때 해가 떠오르는 곳을 오리엔트, 동쪽이라 불렀고 자연스레 그들은 서양이 되었다.

아시아의 역사를 다룬 동양사는 지리적으로 동아시아에서 아랍의 역사까지 다루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유럽과 교류가 빈번했던 아랍은 서양사에 편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양사라 하면 중국, 인도, 일본의 역사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리더의 인문학 – 동양사 편에서는 세 나라의 역사에서 의미 있는 한 조각씩을 떼어내 본다.

 

 

 


 

통일과 함께 고립된 진나라

 

기록으로 전하는 중국 최초의 국가 은나라의 마지막왕은 주지육림으로 유명한 주왕이었다.

주왕이 미녀 달기에 빠져 있는 사이 주족이 세운 주나라는 세력을 키워 기원전 1111년에 은나라를 멸하고 중원의 새로운 주인이 된다.

 

건국 당시 은나라의 서쪽 변방 작은 땅을 차지하고 있던 주나라는 은을 멸하고 얻게 된 넓은 영토를 감당할 힘이 없었다.

여기서 나온 국가 운영 방식이 봉건제도다. 주나라의 무왕은 동생들과 개국공신에게 땅을 떼어 주고 다스리게 했다. 제후국은 내정 간섭이 없는 자유를 누렸으나 정기적으로 주나라 왕에게 인사를 하고 조공을 바쳤다.

주나라는 넓은 영토를 효과적으로 지배하고 제후국은 통치권을 얻은 상생관계는 서로의 신뢰가 깊을 때까지는 작동하는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는 묽어지고 충성심은 약화된다. 이러한 변화는 주나라가 북방 민족 견융을 피해 동쪽으로 수도를 옮기고 춘추전국시대가 열리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때부터 주나라의 왕인 천자는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본격적인 제후국간의 통일전쟁이 시작된다. 춘추전국시대는 제, 진, 초, 오, 월이 시차를 두고 주도권을 장악하는 춘추시대와 한, 위, 조, 연, 제, 초, 진이 같은 시대에 합종연횡하며 다툼을 벌이는 전국시대로 나누어진다.

한 때 100여개의 제후국이 존재했던 춘추전국시대는 진시황제가 초, 연, 제를 정복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기원전 221년에 통일된다.

 


 

중원의 황허강에서 시작한 중국왕조는 오랑캐라 여겼던 남쪽의 초, 오, 월, 서쪽의 진이 물리적인 경계 없이 서로 싸우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하나의 나라가 되고 영토도 확장되었다.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낸 진시황제가 맨 처음 한 일은 북쪽 민족인 흉노를 피하고자 성을 쌓는 일이었다. 만리장성이다.

남쪽으로 장성이 없을 때는 오랑캐인 오나라와 월나라가 큰 거부감 없이 중국으로 편입되었지만 북쪽으로 쌓은 장성은 물리적, 심리적 경계를 만들었다. 장성 너머 있는 민족은 영원한 오랑캐가 되었으며 제국은 장성 안쪽으로 완성됨과 동시에 고립되었다. 경계를 정하니 제국은 북쪽으로 확장하기를 스스로 거부하고 문을 걸어 잠근 형상이 되고 만다. 이는 몽골과 만주족이 스스로 장성을 넘어 올 때까지 계속된다. 경계를 정하면 자기가 만든 틀에 갇히고 마는 것이다.

 

 

 

개념은 의식을 규정한다

 

진시황제의 ‘중화 문명은 만리장성 이남이다’라는 심리적 개념은 중국 왕조가 더 이상 북쪽으로 확장하는 것을 막았다.

이런 얘기는 현대 기업의 사명과도 맞닿은 부분이 있다.

 

‘카메라는 만들던 회사는 망했고 추억을 만든다던 회사는 살아남았다’

‘전화기를 만들던 회사는 망했고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만든다던 회사는 살아남았다’

 

카메라와 전화기는 고정된 개념이다. 기업의 사명을 고정된 틀에 넣는 순간 유연성은 사라진다. 기업의 자원은 카메라와 전화기를 개선하는데 사용된다. 반면 사명을 고객의 가치, 욕망에 맞추면 그에 따라 기업의 전략이 달라진다. 카메라를 더 잘 만드는데 집중하기보다 고객의 추억을 더 잘 담을 방법에 주목하게 된다. 전화기를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게 된다. 카메라는 사라질 수 있지만 추억을 간직하고자 하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전화기는 없어도 되지만 커뮤니케이션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비전, 사명, 업의 정의, 모두 좋은 말이지만 그것 조차도 재정의 될 수 있어야 한다. 고정된 비전과 사명이 정체성이라는 미명하에 자리하고 있지만 그것이 기업의 변화를 막는 것이 아닌지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의 비전과 사명은 우리를 가두고 있는가? 변화로 이끌고 있는가?

 

 

 

글 : 손정, 와이즈먼코리아 겸임교수, [당신도 불통이다] [업무력] 저자

유튜브 : 책 읽어 주는 강사, sjrain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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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mkkim@koreabizreview.com)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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