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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인문학] 사마천의 사기

리더십, 결국은 사람이다

등록일 2020년01월02일 12시49분 트위터로 보내기

 


 

52만 6천 500자, 130권의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사마천의 사기는 분량만큼이나 지식과 지혜의 보고이다. 한 사람의 성공 이야기, 다른 사람과의 관계 이야기, 협상하는 법, 국가를 경영하는 법, 분야도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으뜸은 리더십이다. 사마천과 제환공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이끄는 법과 인재를 등용하는 법을 알아본다.

 

 


 

자신을 이끈 사마천의 리더십, 사기를 탄생시키다

 

리더십은 ‘타인이 목표를 향해 움직이도록 영향력을 행사 한다’는 의미이다. 리더십을 자신에게 적용하면 셀프리더십이 된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인내하며 14년에 걸쳐 사기를 완성한 사마천은 셀프리더십의 대표라 할 만하다.

 

아버지 사마담을 이어 정부 문서를 보관하고 제사를 담당하는 태사령의 관직을 맡게 된 사마천은 역사책을 쓰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게 된다. 42세가 되던 기원전 104년 고대의 달력인 태초력을 만듦을 계기로 본격적인 사기 집필에 들어간다. 집필 초기 사기는 한나라와 황제를 찬양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지만 5년 뒤 하나의 사건을 통해 인류 최고의 역사서로 바뀌게 되는 전기를 맞이한다. 그 사건의 중심에 흉노가 있다.

 

중국 최초의 황제, 진시황으로 하여금 만리장성을 쌓게 했던 흉노는 한대에 이르러서도 강력한 존재감을 유지했다. 통일제국의 체면이 무색하게 흉노에게 조공을 바치던 중국 왕조는 한무제에 이르러서야 강력한 흉노 정벌 정책을 실시하게 된다. 그 선봉은 이릉장군이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장수들 간의 불협화음으로 이릉장군의 5,000 결사대는 3만 흉노군에게 포위되고 만다. 결사항전으로 버티던 이릉장군은 마지막 남은 400명의 군사와 함께 항복하고 만다. 한나라 조정은 흉노에게 항복한 이릉장군을 비난하기 바빴지만 사마천만은 당시의 항복은 군 최고 사령관의 작전 실패와 조화의 부족이라는 이유로 이릉장군을 옹호한다. 이것이 발단이었다. 당시 이릉장군을 지휘했던 최고 사령관이 황제의 처남이었던 이광리였기 때문이다. 이광리에 대한 비난은 곧 자신에 대한 비난이라고 여긴 한무제는 사마천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당시에 사형을 면하는 방법은 두 가지. 돈 50만전을 내던가 남성을 자르는 궁형을 받는 것이었다. 50만전이 있을 리 없는 사마천이 선택한 것은 죽음이 아닌 궁형이었다. 그가 궁형이라는 엄청난 치욕을 선택하고서라도 살고자 한 까닭은 무엇일까?

 

“사람의 죽음 가운데는 아홉 마리 소에서 털 하나를 뽑는 것 같이 가벼운 죽음이 있는가 하면 태산보다 훨씬 무거운 죽음도 있다. 초고를 다 마치기도 전에 나는 이 치욕을 당하게 되었다. 내가 죽음 대신 치욕을 선택한 이유는 저술이 완성되지 못한 아쉬움에 있다. 이 작품이 완성되고 나면 나는 그것을 이름난 산에 보존할 것이다. 그것이 정당하게 평가해 줄 수 있는 사람 손에 넘겨져 시골과 도시에까지 전해진다면, 천만 번 참형을 당할지라도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사형 대신 궁형을 택한 사마천이 친구 임안에게 보낸 편지에서 사기의 완성이라는 강한 의지를 찾을 수 있다. 궁형이후 사마천의 저술 시각은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세태를 통찰하는 방향으로 바뀌게 된다. 종이가 발명되기 전 한 글자씩 죽간에 써 내려가기를 14년 만에 사마천은 인류 최고의 역사서인 사기를 완성하게 된다.

 


 

자신을 죽이려 한 정적을 발탁한 제환공

 

친구 사이의 깊은 우정을 뜻하는 사자성어 관포지교의 주인공인 관중과 포숙은 서로 다른 주군을 섬기고 있었다. 관중은 공자 규를, 포숙은 훗날 제나라의 왕 환공이 되는 소백을 주군을 삼았다. 당시 제나라는 규와 소백의 형님인 제아가 왕으로 있었으나 폭정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왕의 자리는 무주공산, 누가 먼저 제나라의 수도인 임치에 입성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소백이 한발 앞서게 되자 규의 신하였던 관중이 화살을 날린다. 화살에 소백은 쓰러지고 소백이 죽은 줄 안 규와 관중은 여유있게 임치에 도착한다. 그러나 허리띠의 쇠에 화살을 맞고 죽은 체하여 상대를 방심시킨 소백이 먼저 와 제나라의 왕위에 앉아 있었다. 그 후 제환공이라 불리는 소백은 관중을 소환하여 죽이려 한다. 이때 관중의 죽마고우인 포숙이 말한다.

 

“제나라만 다스리시려면 저나 습붕 정도로 충분하지만 천하를 얻으려면 관중이 있어야 합니다. 과거는 잊으시고 관중을 재상으로 발탁하십시오”

 

이 말에 환공은 자신을 죽이려 한 관중을 받아들이고, 관중은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제염, 어업, 무역에 획기적인 정책을 실시하여 제나라를 춘추전국 제1대 패자로 만든다.

 

 


 

결국은 사람이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원수를 재상으로 임명한 제환공 외에도 백리해, 건숙 이라는 걸출한 외부 인재를 영입한 진목공, 위나라에서 버림받은 공손앙을 받아들여 천하통일의 기반을 다진 진효공, 신하의 통렬한 풍자를 받아들인 초장왕 등 인재를 채용하고 소통하는 리더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개인의 성공을 위해서는 자신을 이끌어야 하고 조직의 성공을 위해서는 타인을 이끌어야 한다. 오늘날 개인과 기업 간의 무한 경쟁의 복사판을 보는 것 같은 2,000년 전의 춘추전국 시대 이야기를 읽으며 나를 이끌고 타인을 이끄는 지혜를 얻어 보자.

 

 

글 / 손정, 와이즈먼코리아 겸임교수, [당신도 불통이다] [업무력] 저자

유튜브 : 책 읽어 주는 강사, sjraintree@naver.com

 

김민경 기자 (mkkim@koreabizreview.com)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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